[유승현의 人터뷰] 나는 이곳, 연길을 지키는 조선족 3세대 영웅 강영교입니다.

유승현 2024. 8. 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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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길을 지키며 여행 가이드 일을 하는 조선족 3세대 강영교 씨.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홍천군협의회는 지역내 중·고교 강의, 독도 기행 등 평화통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백두산 및 중국의 항일유적지를 탐방하는 기행을 2016년부터 진행했다가 코로나19로 중단, 올해 다시 재개했다. 이들을 동행 취재하던 중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 3세대 가이드를 만났다.

주인공은 강영교(39)씨.

그녀는 연길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 3세대로, 연변대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했다. 졸업 후 4년 정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자유분방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을 살려 여행사 가이드로 이직했다.

벌써 10여년 간 여행가이드 일을 해 온 그녀는 주로 백두산을 찾은 한국인들과 동남아를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백두산은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산이다. 하지만 민족의 영산으로 다양한 의미를 갖고 방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다.

▲ 강영교 씨는 연길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 3세대로, 현재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다.

강영교 씨는 “저는 일제 강점기 시절 맨 몸으로 이 곳을 개척한 연길 1세대의 후손입니다. 할아버지는 제게 ‘총으로 이 땅을 지킨 이들이 1세대 영웅이라면,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조선어를 쓰며 한국 문화를 이어가는 너희들이 2·3세대 영웅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라며 “연길은 조선인자치지역으로 최근까지도 조선말을 기본으로 교육하고, 중국어는 제2외국어로 수업했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연길의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교육개혁이 이뤄졌고, 현재는 중국어가 기본어, 조선말(한국어)이 제2외국어가 된 안타까운 실정이라며 여행을 안내했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두고, 여행 가이드로 전향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그냥 적성에 안 맞아서”라고 답했다. 평소 자유분방하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여행 가이드가 됐다고. 하지만 여행 가이드의 생활이 그리 녹록치 많은 않았다. 민족의 영산을 찾는 방문객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 많았고, 그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다 들어주며 여행을 성공적으로 이끌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여행 가이드를 하며 ‘이렇게 좋은 안내는 처음이었다며 염주를 선물한 스님’, ‘백두산을 여러 번 왔지만, 천치를 보지 못했는데 가이드의 역사 강의를 들으며 만족했고, 천지까지 볼 수 있었다며 고맙다 인사한 손님’ 등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행 가이드란 직업이 밤낮 없이 관광객을 케어 해야 하는 업무인데 비해 급여가 적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정말 힘든 일은 없었냐고.

▲ 강영교(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씨는 연길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 3세대로, 현재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다. 30일 민주평통 홍천군협의회의 중국 항일유적지를 가이드하고 있는 모습.

돌아온 답은 “글쎄...” 였다. 영교 씨의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라 아무리 힘든 상황도, 다 감동받는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한번은 노부부가 섞인 패키지 여행객들을 가이드 하는데, 노부부 중 한 분이 치매 끼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백두산을 가기 위해 여러 번 차를 갈아타는 도중 배변 실수가 있었고, 다른 관광객들이 모두 불편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영교 씨도 버스를 치우고, 여러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녀는 그 상황을 이렇게 회고 했다.

“좀 애틋했었요. 배변 실수로 차에서 냄새가 나고, 다들 당황해 하는데 배우자 어르신이 그 실수를 한 분께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다독여 주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그저 상황을 수습했죠. 여행가이드를 하며 많은 곳을 여행 다닐 줄 알았는데, 그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 이 직업의 매력 같아요”라고 했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는 중국 지린성의 행정구역으로, 자치주의 주도(州都)는 연길시다. 면적은 43,509㎢로 한국과 같은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 중국 유일의 조선족 자치주로, 조선족 대부분은 연길시에 거주한다. 조선 말기부터 우리 민족이 이주해 개척한 지역으로 한국에서는 ‘동간도’라고 불렸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1952년 연변조선족자치구가 설치됐으며, 1955년 돈화현과 합병하면서 연변조선족자치주로 개칭됐다.

영교 씨는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여행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알리며, 연길과 조선족, 그리고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민주평통 홍천군협의회의 ‘평화통일을 위한 항일유적지’ 탐방 여행 가이드에 더 열의가 높아지기도 했다.

여행 비수기에는 대학 강사로 활동하는 그녀는 연변대 조선어문학부 대학원을 마친 엘리트다.

9월 3일은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세워진 기념일,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라 안중근 열사의 사형 선고일이라고 말하는 조선족 3세대 영웅, 강영교 씨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좋은 여행과 민족의 역사를 안내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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