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파문 : 기생충 감독 봉준호는 왜 '보호'를 호소했나

김다린 기자 2024. 8. 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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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탐구생활 대학생 기사취조단
더스쿠프-가톨릭대 공동기획
視리즈 ESG의 이해와 전망❻
넷플릭스 첫번째 파문 하청기지
2억7800만명 보는 넷플릭스
K-콘텐츠 흥행에 기여했지만…
창작자 옥죄는 수익 분배 문제
한국 저작권법 한계 개선해야

#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방식은 넷플릭스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영화관을 갈 필요도 없어졌고 '본방 사수'에 매달릴 필요도 없어졌죠. 하지만 넷플릭스는 우리의 콘텐츠 소비 방식만 바꾼 게 아닙니다. 여러 방면에서 숱한 파문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일까요.

# 더스쿠프가 가톨릭대와 함께 기획한 클래스 'ESG의 이해와 전망'을 통해 넷플릭스와 주변 생태계를 1편과 2편으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참고 : 더스쿠프 취재진은 2024년 1학기 가톨릭대에서 진행한 클래스 'ESG의 이해와 전망(김승균 교수)'의 멘토로 참여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그 여섯번째 편이다.]

창작자들은 넷플릭스의 수익배분 구조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사진=뉴시스]

진출 국가 190여개, 유료 가입자 수 2억7800만명, 매출 337억 달러(약 47조원), 영업이익 69억 달러(약 9조원), 시가총액 2846억 달러(약 387조원)…. 글로벌 콘텐츠 회사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숫자들입니다. 비디오나 빌려주던 작은 구멍가게가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스토리는 익히 유명하죠. 무엇보다 'OTT(Over The Top)'란 낯선 용어를 일반 명사로 만든 공이 혁혁합니다.

한국에선 어떤가요. 넷플릭스가 독점 방영한 더글로리의 "멋지다 연진아", 오징어게임의 "우린 깐부잖아" 등의 대사는 시대를 대변하는 유행어로 등극했습니다. 수년째 한국 OTT 시장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2021년 3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1000만명을 넘어선 뒤 꾸준히 1000만명 안팎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넷플릭스에 푹 빠져서 살고 있단 뜻입니다.

대통령도 찾을 만큼 위상이 대단합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첫날에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를 만났습니다. 서랜도스 CEO는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시리즈, 영화, 예능 등 작품의 제작을 포함해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창작 생태계를 위해 집행한 투자액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강조했습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2016년 이후 2021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왔다고 하네요.

넷플릭스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는 '관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가운데 6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었고, 최근 한국 작품이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을 잇달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해외 진출 경로가 중국이나 일본 같은 가까운 아시아권에만 한정돼 있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변화입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 회사가 국내 콘텐츠 산업을 포함한 연관 분야 전반에 약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켰습니다.

다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의 인기가 다소 꺾인 건 사실입니다. 더글로리나 오징어게임 같은 메가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탓이 큽니다. 물론 옛 영광을 회복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니까요. 당장 연말에 공개될 '오징어게임 시즌2'를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보면 넷플릭스는 단순히 플랫폼의 입지를 넘어선 듯 보입니다. 생활 패턴 중 하나라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넷플릭스와 그 주변의 생태계는 모두 행복하기만 한 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수익 분배구조의 문제입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저작권을 독점적으로 가져갈 때가 많다.[사진=뉴시스]

■ 넷플릭스 파문 보상 = 지난 7월 2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엔 꽤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K-콘텐츠 정당한 보상을 위한 창작자 연대(K-콘텐츠 창작자 연대)' 발대식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발대식엔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독립PD협회 등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여러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연대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더글로리의 김은숙 작가와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무빙의 류승룡 배우 등 K-콘텐츠의 주역이 한국에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정당한 보상에 힘입어 K-콘텐츠의 성공을 지속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려면 법 개정이 시급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도 목소리를 보탰는데요. "미국작가조합(WGA)ㆍ미국감독조합(DGA) 회원인 저는 북미에서 '기생충'과 '옥자'의 스트리밍에 따른 저작권료를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선 스트리밍에 따른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를 보호하는 저작권법이 필요합니다."

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일단 K-콘텐츠 창작자 연대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이 콘텐츠를 공급받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콘텐츠는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오리지널과 비非오리지널입니다.

비오리지널 콘텐츠는 여러 OTT 플랫폼에 동시에 걸리거나 과거에 걸렸던 콘텐츠를 뜻합니다. 조건에 따라 계약 금액은 다르지만, 저작권은 넷플릭스가 아닌 제작사가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방송사나 인터넷TV(IPTV)가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업어올 때의 방식과 유사합니다.

반면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작인 오리지널 콘텐츠는 다릅니다.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를 받아 만들고, 저작권도 대개 넷플릭스가 갖습니다. K-콘텐츠 창작자 연대가 언급한 더글로리나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저작권을 보유한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글로벌 히트를 쳤지만, 제작사가 얻은 이익은 수십억원에 그쳤단 보도가 나올 만큼 방영 이후 수익을 넷플릭스가 독점했습니다.

"돈을 댔으니 저작권을 갖는 게 뭐가 문제냐"란 식의 의문도 있겠지만, 글쎄요. 콘텐츠를 직접 땀 흘려 만든 창작자가 흥행 성적에 걸맞은 요구를 할 수 없는 건 합리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넷플릭스가 해외에서도 독점작이라고 지식재산권(IP)을 배타적ㆍ독점적으로 보유하는 것도 아닙니다.

봉 감독의 말처럼 미국이나 유럽에선 창작자가 '저작인접권자'란 점을 인정해 낮은 비율로 수익을 나눕니다. 저작인접권자란 저작권을 온전히 향유한 자는 아니지만, 저작물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창작자를 의미합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만 이러는 건 국내 저작권법의 특성 때문입니다. 현행법은 "특약을 맺은 게 아니라면 콘텐츠의 IP를 OTT 같은 사업자가 전부 갖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을의 입장에 놓인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특약을 요구하는 건 쉽지 않을 거고요. 결국 창작자더라도 '저작인접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란 얘기입니다.

김정현 변호사(법무법인 창경)는 "최근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디지털 유통 체인으로 인해 이런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며 "감독이나 작가의 손을 떠난 저작권은 끝없이 이어지는 디지털 유통 체인 속에서 수익을 벌어들이지만, 정작 창작자는 이 거대한 유통망의 이익구조 속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는 창작자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플랫폼입니다. 연출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건 물론, 통상적인 제작비보다 훨씬 더 많은 제작비를 지급합니다. 망해도 흥해도 넷플릭스가 감당한다는 점도 강점이죠. 게다가 한날 동시에 3억명에 육박하는 전세계인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매력이 한국 콘텐츠 산업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제작사들이 '망해도 흥해도 대신 책임져주는' 넷플릭스로 몰리는 안전한 선택만 거듭한다면 말입니다. 글로벌 흥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와 거래하지 않는 쪽의 길을 가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넷플릭스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어느 때보다 드높은 지금, 창작자들이 뭉쳐 '생태계 붕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지금의 수익분배 구조를 고수한다면 말입니다. 더구나 넷플릭스가 불러온 파문은 콘텐츠에만 국한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얘긴 '넷플릭스 파문' 두번째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이우림 사회학과 학생
dnfla48@naver.com

이진민 국제학부 학생
elr8955@naver.com

정초빈 경영학과 학생
chobeen0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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