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님, 대왕고래 의혹 사실이면 손모가지 거신다고요?"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정영효 2024. 8. 31. 09: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원·에너지 담당 차관에게 직접 묻는다
'전기료 폭탄' 매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정말 문제없나요

▶한국의 자원과 에너지 정책을 책임지는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모셨습니다. 역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면서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걱정하는 가정이 늘어나는데요. 문제는 올해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전기료 폭탄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잖습니까.

지구 온난화의 영향도 있지만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점도 원인이라는데요.위기의 본질이 뭔가요?

"우리나라가 발전소 시설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만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 전력을 실어 나르는 송전망과 배전망은 충분한 인프라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송전망 부분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발전소는 주로 동해안과 서해안에 밀집돼 있는데 여기서 생산한 전력을 주요 소비지역으로 원활하게 공급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최근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전소보다는 발전소에 생산한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망에 문제가 생겼다'라고 간추릴 수 있겠습니다."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수도권이 생산하는 전력은 전체의 27%에 불과한데 소비는 40%나 되더군요. 그렇다면 수도권에 발전소를 많이 짓거나 아니면 말씀하신대로 동해안 원전에서 수도권으로 오는 송전망을 잔뜩 깔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요?

"어느 하나만 가지고는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수도권 같은 경우는 지가도 높고 기회비용이 커서 대규모 발전소 시설이 들어서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클러스터 내에 발전소를 설립하는 것으로 확정했습니다."

"송전망의 경우 직류 송전망을 동해안 지역 또는 서해안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연결하는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이와 병행해서 분산법이라는 법도 만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정책을 병합해서 추진을 해야만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동네에 대형 송전탑이 들어서는 걸 좋아할 분들은 없으실 텐데요. 비슷한 이슈가 지난 23일 있었습니다. 하남시에서 동서울변전소 증설 계획을 불허했는데. 한전이 강력 반발 했죠. '매년 전기를 사들이는데만 3000억원이 더 들게 돼 수도권 가정의 전기요금이 오를 우려가 있다'는게 한전의 설명입니다.

일반인들에게 동서울 변전소는 이름조차 생소한 곳인데 증설을 못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건가요?

"정확히는 변환소고요. 동해안의 원전과 석탄발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계획에서 가장 핵심이 고압직류송전(HVDC)망 입니다. 직류 송전망의 마지막 종점이 하남시의 동서울변환소입니다. 하남변환소에서 직류를 교류로 바꿔서 수도권 인근에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하남시가 인허가를 반려한 겁니다."

"이 변환소가 있어야 동해안에서 생산하는 값싼 전력을 원활하게 수도권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전력수요 자체도 발전사에서 다 커버하지 못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급 차원에서도 중요한 측면이 있고, 두 번째는 값싼 전원이 들어오지 못하면 결국은 요금이 비싼 전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 요인도 있습니다."

"송전망 건설과 관련한 주민들의 피해를 여러가지로 보상해 드리기 위해 송전망 특별법을 추진했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도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남시와 다양한 협의를 통해서 변환소가 적기에 건설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송전망 특별법을 어떻게든 22대 국회 때 통과시켜 송전망 주변 지역에 계신 주민들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동해안의 원전과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한번에 보내는 '전기 고속도로'를 깔았는데 마지막 톨게이트 쪽에서 문제가 생긴거군요.

"그렇습니다."

▶다음으로는 지난 6월3일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경사스런 소식이 있었는데요. 동해 심해에 우리나라가 최장 30년 가까이 쓸 수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입니다.

자원에 한이 맺힌 나라로서 국가적인 경사여야 마땅한 일이지만 모든 국민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3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면전환용 쇼라는 지적에서부터 석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인트(유망구조) 7개를 찾아내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을 확률이 20% 정도이니 시추해 볼 만하다'라고 결정적인 근거를 마련한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 기업 액트지오의 실체에 대한 의혹들이 그것입니다.

딱 10분 동안 산업경제의 가장 중요한 소식을 전해 드리는 이 자리에서 산업부 2차관을 모셔놓고 의혹을 하나씩 되짚어보는 건 문제를 확대·재생산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여쭙겠습니다. 진짜로 석유가 나올지 말지는 파봐야 아는 거니까 별개로 하고, 아직도 일부에서 제기하는 절차상의 의혹에 대해 30년 공직생활을 걸고 '단 하나의 문제도 없었다'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요?

"어떤 눈높이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다소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액트지오의 일부 법인세 체납에 대해서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실정법 차원에 있어서는 절차상의 하자는 없었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자료에 대한 신뢰도일 겁니다. 정부는 액트지오가 그동안 석유공사가 축적한 자료에 대해 평가한 결과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 충분히 설명을 못 드렸다는 데 대해선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최소한 자료의 신뢰도에 있어서는 정부를 한 번 더 믿어주시고, 시추결과를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액트지오의 법인세 체납 문제 등 절차상의 미비한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사과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외에 실정법상 지금까지 모든 절차에 있어서는 자원·에너지 정책의 최고 책임자로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표현이 좀 거칠어서 죄송합니다만 흔히 쓰는 표현대로 손모가지 거실 수 있으십니까.

"저는 손모가지를 걸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일부에서 생각하시는 의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 절차상 죄송한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은 올 연말로 계획된 시추 결과가 될 텐데요. 그 결과를 저도 차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를 하겠습니다."

▶다섯 개의 유망 구조를 시추하는데 5000억원이 드는데요. 끝으로 5000억원을 들여서라도 시추를 해야하는 이유를 국민들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저희는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을 합니다. 그 중 원유와 천연가스는 1300억~1400억달러, 약 200조원어치를 계속 수입합니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대체효과가 큽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과 전기요금이 굉장히 오르면서 난방비 대란 사태가 있었잖아요.

에너지 안보 뿐 아니라 무탄소전원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도 에너지 쪽의 중요한 이슈입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충분히 성공한다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굉장히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요, 우리나라의 재정과 경제 자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 대부분을 차량 또는 화력발전소용 연료로 사용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실제로는 연료에 사용되는 비중이 20~30% 밖에 안되더군요.

"맞습니다. 석유화학 같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을 생산하는데 더 많이 쓰입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