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한국 대기업 회장이 사놓은 땅...지금 가치 따져보니 [신짜오 베트남]
주인은 베트남 사람으로 바뀌었지만 하노이 중심가의 ‘대우호텔’은 여전히 대우라는 이름을 달고 활발히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김우중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꽤 많습니다. 그가 별세했을 때 베트남 전 언론이 김우중의 생애를 비중 있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세계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전세계를 누비며 다닐 때 그의 시선은 베트남에도 머물렀습니다. 대우그룹이 무너지기 전 전성기를 달리던 지난 1996년에 김우중 회장은 하노이 중심 땅을 하나 확보합니다. 당시 베트남 국가의전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이 김우중 회장에게 신도시 개발 계획 참여를 요청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아쉽게도 그 이후 대우그룹은 공중분해됐지만 대우건설이 당시 확보했던 땅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존속했습니다.
최근 대우건설은 베트남 타이빈성에서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의 투자자로 승인받았습니다. 끼엔장 신도시는 베트남 타이빈성 타이빈시 일대에 96만 3000㎡ 규모로 조성되는 신도시입니다. 럭셔리 주거 시설과 상업 시설이 골고루 들어섭니다. 내년부터 10년간 무려 3억 9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현지 기업인 그린아이파크와 국내 중소기업 제니스와 손잡고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전체 사업 지분 51%를 가지고 사업을 주관합니다. 타이빈성은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하노이에서 110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이번에 사업을 따낸 것은 무엇보다 THT 사업의 성공이 발판이 되었습니다. 1996년 김우중 회장이 따낸 땅에서 벌인 사업이 돈을 벌어준 것은 물론이고 후속 사업까지 가져다준 것입니다.
대우그룹의 공중분해 이후 대우건설은 오랫동안 격변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금호그룹에 인수되었다가 다시 산업은행 밑으로 들어가며 몇 번의 매각 작업이 무산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매각에서 입찰을 통해 중흥그룹의 품에 안겼습니다. 다행인 것은 중흥 측에서 김우중 회장의 유산을 살려 꾸준히 ‘세계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네 차례 베트남을 방문하고 베트남의 주요 관계자들이 방한할 때마다 만남을 청해 네트워크를 만들어왔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베트남 특성상 베트남 정부와의 관계가 없으면 비즈니스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에는 더욱 관계가 중요시됩니다. 대우건설 측은 이 같은 노력이 이번 사업을 따내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와 인도 나이지리아 캐나다 등 세계 여러 곳에서도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해외 분야를 전체 매출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거의 유일하게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대우건설이 김우중 회장이 남긴 땅에서 씨앗을 뿌려 세계경영을 시도하는 모습이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대우건설이 과거 대우의 화려했던 시절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어르신, 운전면허 반납하면 60만원 드려요”...전국서 가장 많이 주는 곳 어디? - 매일경제
- 괴물 엔비디아 안타 그쳤지만… 그 등에 올라탄 우리는 '홈런' - 매일경제
- “여보, 은퇴하면 월 324만원 필요한데…당장 ‘이것’부터 빅컷해” - 매일경제
- “CCTV에 다 찍히는거 알텐데”…편의점 방문女, 휴지로 한 짓 ‘경악’ - 매일경제
- “누구나 타는 벤츠·BMW 지겹지도 않니”…‘이렇게 좋은 車’ 몰라봐 미안 [카슐랭] - 매일경제
- ‘암 전문의’ 김의신 박사 “유독 한국서 암 환자 폭증하는 이유는…” - 매일경제
- “훈련방해된다고 1cm 남기고 싹둑”…해군 첫 여군 심해잠수사 탄생 - 매일경제
- 검찰, 文 전 대통령 딸 자택 압수수색…“태국 이주 부정지원 의혹” - 매일경제
- ‘푸바오 열풍’ 원조 이 나라...판다 2마리 중국으로 돌아간다는데 - 매일경제
- ‘성추행 혐의’ 피겨 이해인,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출전 어려워졌다…3년 자격 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