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한국 대기업 회장이 사놓은 땅...지금 가치 따져보니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4. 8. 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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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끼엔장 사업 조감도. <사진 = 대우건설>
[신짜오 베트남 - 308] 작고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말년을 보낸 곳은 베트남 하노이 근교의 한 골프장 부근이었습니다. 그는 여생을 베트남에서 보내며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주인은 베트남 사람으로 바뀌었지만 하노이 중심가의 ‘대우호텔’은 여전히 대우라는 이름을 달고 활발히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김우중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꽤 많습니다. 그가 별세했을 때 베트남 전 언론이 김우중의 생애를 비중 있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세계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전세계를 누비며 다닐 때 그의 시선은 베트남에도 머물렀습니다. 대우그룹이 무너지기 전 전성기를 달리던 지난 1996년에 김우중 회장은 하노이 중심 땅을 하나 확보합니다. 당시 베트남 국가의전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이 김우중 회장에게 신도시 개발 계획 참여를 요청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아쉽게도 그 이후 대우그룹은 공중분해됐지만 대우건설이 당시 확보했던 땅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존속했습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전경. <연합뉴스>
시간이 한참 지나 대우건설은 수년 전부터 그 땅의 밑그림을 새로 그렸습니다. 소위 떠이호떠이(THT)로 불리는 사업입니다. 하노이 핵심 입지에 고급 아파트를 짓고 정부 청사와 외교 단지 상업 시설을 포함하는 신도시 사업입니다. 한국 대사관도 바로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96년 김우중 회장이 확보한 땅에서 대우건설이 사업을 시작해 한 해 수백억 원의 이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베트남 사업에 자신감을 얻은 대우건설은 베트남의 굵직한 신도시 사업을 줄줄이 따내고 있습니다.

최근 대우건설은 베트남 타이빈성에서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의 투자자로 승인받았습니다. 끼엔장 신도시는 베트남 타이빈성 타이빈시 일대에 96만 3000㎡ 규모로 조성되는 신도시입니다. 럭셔리 주거 시설과 상업 시설이 골고루 들어섭니다. 내년부터 10년간 무려 3억 9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현지 기업인 그린아이파크와 국내 중소기업 제니스와 손잡고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전체 사업 지분 51%를 가지고 사업을 주관합니다. 타이빈성은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하노이에서 110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이번에 사업을 따낸 것은 무엇보다 THT 사업의 성공이 발판이 되었습니다. 1996년 김우중 회장이 따낸 땅에서 벌인 사업이 돈을 벌어준 것은 물론이고 후속 사업까지 가져다준 것입니다.

대우그룹의 공중분해 이후 대우건설은 오랫동안 격변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금호그룹에 인수되었다가 다시 산업은행 밑으로 들어가며 몇 번의 매각 작업이 무산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매각에서 입찰을 통해 중흥그룹의 품에 안겼습니다. 다행인 것은 중흥 측에서 김우중 회장의 유산을 살려 꾸준히 ‘세계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네 차례 베트남을 방문하고 베트남의 주요 관계자들이 방한할 때마다 만남을 청해 네트워크를 만들어왔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베트남 특성상 베트남 정부와의 관계가 없으면 비즈니스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에는 더욱 관계가 중요시됩니다. 대우건설 측은 이 같은 노력이 이번 사업을 따내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와 인도 나이지리아 캐나다 등 세계 여러 곳에서도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해외 분야를 전체 매출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공개한 김우중 전 회장 과거 모습. <연합뉴스>
‘대우’ 브랜드를 등에 업고 세계를 질주하던 김우중은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대우 이름을 달고 영업하던 회사 중에 아직까지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 대우 이름을 달았던 구 대우인터내셔널은 지금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되었고 증권업계 인재 화수분이었던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 소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 역시 한화 품에 안겨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대우건설이 김우중 회장이 남긴 땅에서 씨앗을 뿌려 세계경영을 시도하는 모습이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대우건설이 과거 대우의 화려했던 시절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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