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드]"전화 무서워요"…통화 피하는 MZ세대 '콜 포비아'

이채윤 2024. 8. 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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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10명 중 3명 '콜포비아'
'생각 정리할 시간 없어' 불안 느껴
"습관적 회피보다 반복 연습 중요"
▲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콜 포비아 증상을 밝히고 있다.[유튜브 이지금 [IU Official] 캡처]

#사회초년생인 A(26)씨는 직장에서 업무상 전화 통화를 해야 할 때면 두려워진다. 전화를 시작하기 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몇 번이고 메모로 정리하고 나서야 통화를 시작한다.

# B(28)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는 건 불안하다. 친한 친구가 이유 없이 전화할 때도 B씨는 말실수할까 봐 불편함을 느껴 전화를 받지 않고 메시지로 답장한다.

이처럼 통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증상을 전화 공포증, 이른바 ‘콜 포비아(Call Phobia)’라고 한다. 콜 포비아는 전화(Call)와 공포증(Phobia)의 합성어로, 단순히 전화 통화를 피하는 것뿐 아니라 통화할 때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등 필요 이상의 긴장과 공포를 겪는 증상이다.

앞서 가수 겸 배우 아이유도 유튜브 채널 ‘이지금’의 ‘아이유의 팔레트’ 코너에서 콜 포비아를 고백하기도 했다. 당시 아이유는 “제가 통화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한다”며 “엄마랑 통화를 하더라도, 전화가 오면 조금 불편해진다. 사실 아무하고도 통화를 못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지난 2023년 10월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MZ세대 1496명을 대상으로 콜 포비아를 조사한 결과[사진제공=알바천국]

■ ‘긴장감과 불안’에 전화 기피하는 MZ

지난 26일 영국 공영 방송 BBC에 따르면, MZ세대에 속하는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사람 중 4분의 1(23%) 가량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전화를 무시하고 문자로 응답하거나, 전화를 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번호를 검색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MZ세대 10명 중 3명이 ‘콜 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MZ세대 14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콜 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는 이들은 35.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진행된 같은 조사(29.9%)에서보다 5.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MZ세대는 ‘콜 포비아’의 증상으로 ‘전화를 받기 전 느끼는 높은 긴장감과 불안(64.0%)’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이어 ‘전화 통화 시 앞으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한다’(47.8%), ‘전화 통화 시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신체 변화(22.0%)’ 순으로 답했다.

응답자들은 ‘지원·면접 등 구직 관련 전화를 할 때’(72.8%) 두려움을 느낀다고 가장 많이 답했다. 그 뒤로는 ‘직장 상사·거래처 등 업무상 전화를 할 때(60.4%)’, ‘제품·서비스 등 문의 전화를 할 때(44.5%)’, ‘예약 접수·취소 전화를 할 때(39.2%)’, ‘배달 주문 접수·취소 전화를 할 때(34.3%)’ 등의 순이었다.

‘콜 포비아’ 대처 방법으로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받지 않기(39.2%)’가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으로 ‘전화 통화를 최소화하고 이메일·문자 위주로 소통(28.8%)’, ‘전화 통화를 하기 전 미리 대본 작성(28.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전화 통화[아이클릭아트 자료사진]

■ 전화 피하는 MZ, 이유는?

같은 설문조사에서 전화 통화가 왜 어려운지 묻는 말에 가장 다수의 응답자가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는 점(60.0%, 복수 응답)’을 들었다.

이어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55.9%)’, ‘문자, 메시지 등 비대면 소통이 훨씬 익숙해서(51.6%)’,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29.5%)’, ‘할 말이 떨어졌을 때 침묵이 불안해서(24.2%)’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MZ세대가 통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로는 가장 다수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문자·메시지 앱 등 비대면 위주의 텍스트 소통에 익숙한 MZ세대는 대면 수단인 ‘목소리’로 소통하는 일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알바천국의 설문에 따르면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은 ‘문자·메시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텍스트 소통’이었다. 이를 선택한 응답자는 70.7%로, 지난해 조사(61.4%)보다 크게 올랐다.

상대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답해야 하고, 비대면 소통처럼 ‘확인’이나 ‘취소’가 불가한 통화가 MZ세대에겐 피로감을 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비대면 소통에 익숙해진 MZ가 전화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더 뚜렷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 콜 포비아, 어떻게 극복하나

MZ세대가 직면한 콜 포비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콜 포비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습관적으로 전화를 피하기보다는 반복적인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콜 포비아 역시 대부분의 두려움이나 공포심과 마찬가지로 인지행동치료와 점진적인 노출 치료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점진적인 노출 치료는 자신이 불안을 느끼는 요인과 접촉하는 빈도를 높이는 것이다.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임선영 교수는 “MZ세대들은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전화나 대면 만남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공포증은 지속적인 회피를 통해 공포가 더 강화된다. 극복을 위해 체계적 둔감화와 같은 반복적이고 점진적인 노출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조용래 교수는 “회피하고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며 콜 포비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조 교수는 “먼저 전화를 걸 때 떨린다는 불안을 수용하고, 이를 멀리서 객관화하며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족, 친한 친구 등 상대적으로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통화 연습을 하고, 난이도가 높은 사람과 도전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반복적으로 전화 통화를 연습하면서 통화 목적 성취 등 최선의 결과를 예측한다면 콜 포비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전문가는 “혼자서 전화 연습하는 게 어렵거나 불안감이 너무 높아 일상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문적인 심리상담이 효과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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