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아파트 집주인, 8월 한 번에 호가 10억 올려”
"실거래가가 계속 오르니까 3월에 아파트를 내놓은 한 집주인은 호가를 조금씩 올리더니 8월에는 한 번에 10억 원을 높여 호가를 총 17억 원이나 올렸다."(서울 서초구 반포동 부동산공인중개사 양모 씨)
"8월 중순까지 아파트 매입 문의가 많아서 매물 하나를 보려는 사람들이 주말에는 5팀, 평일에는 2~3팀까지 한 번에 몰렸다."(서울 용산구 효창동 부동산공인중개사 백모 씨)
무더위만큼이나 올여름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열기가 뜨거웠다. 서울에서 매수세가 가장 많이 몰린다는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을 주간동아 기자들이 8월 27, 28일 찾아가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그 열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곳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신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30, 40대 젊은 부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3월 넷째 주부터 오르기 시작해 8월 넷째 주까지 23주 연속 상승했다.
‘몸테크' 저물고 '얼죽신'
마용성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30, 40대가 아파트 거래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용산구 부동산공인중개사 백모 씨는 "아파트 매입 문의 고객 80%가 30대와 40대 초반 젊은 부부일 정도로 젊은 매입자가 많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에서 8년째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는 "20평형대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출생자가 주요 수요자다. 전세 20평형대에 살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30평형대 매매로 갈아타는 부부도 많다"고 전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사 온모 씨는 "요즘 젊은 손님은 부모 자산을 잘 처분하고 관리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미리 세금과 적정 가격의 견적을 내고 부모와 상의까지 마친 다음에 온다"고 말했다.
특히 3040세대 사이에서는 신축 아파트를 크게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인 '얼죽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기자들이 만난 공인중개사들도 "‘몸테크'(불편함을 감수하고 구축 아파트에 거주하며 재건축을 노리는 재테크 방식) 시대는 갔다"고 입을 모았다. 성동구 공인중개사 유모 씨는 "높은 금액을 확인하고 구축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처음엔 다 신축을 보러 온다"고 말했다. A 씨는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에서 지낸 요즘 사람들은 아파트 문화에 익숙하다"며 "주택이 아무리 넓어도 아파트에서 쭉 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세는 지어진 지 10년 이내 신축급 아파트 대단지가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초구와 마용성에 있는 1000채 이상 신축급 아파트 대단지는 대부분 최근 거래량이 1월 대비 증가했다. 서초구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1612채)는 1월 3건이던 거래가 6월 27건으로 늘어났다. 성동구 핵심 단지 센트라스(2529채)도 1월 3건에 불과했지만, 7월엔 20건이 거래됐다. 마포구에서 가구수가 가장 많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채)도 1월 9건에서 7월 38건으로 4배 이상 거래가 늘었다.
대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들도 신축 위주의 거래 증가를 체감한다고 했다. A 씨는 "매입 문의 전화가 한창 많을 땐 하루에 4~5통씩 오기도 했다. 이 근처 부동산중개업소만 20개가 넘는데, 한 곳에 이만큼 전화가 온 거면 굉장히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성동구에서 10년 넘게 부동산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B 씨는 "1주일 전 여러 팀이 한 매물을 동시에 보려고 올 정도로 최근 매입 희망자가 많다"고 전했다.
훈풍 타고 신고가 아파트 늘어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은 신축 아파트 가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8월 28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구축 아파트보다 가팔랐다. 8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99.65로, 1월 첫째 주(94.66) 대비 약 5%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2.6%)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준신축'으로 불리는 준공 5~10년 아파트와 10~15년 아파트의 1월 대비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각각 4.02%, 5.09%였다. 준공 15~20년 아파트는 2.46%, 20년 초과 아파트는 2%로 연식이 높을수록 가격 상승률은 낮았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급등과 수요자의 소득 증가를 신축 선호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비가 오르면서 재건축 추가 분담금이 발생해 처음부터 신축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은 점점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주거 수준에 대한 욕구도 커져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훈풍을 타고 신고가를 찍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는 7월 8일 36억5000만 원에 거래돼 2021년 전 고점(27억 원)보다 9억5000만 원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59㎡는 7월 24일 36억 원에 거래되며 29억 원에 거래된 1월에 비해 6개월 만에 7억 원이 뛰었다. 성동구 금호동 금호파크힐스 전용면적 84㎡는 8월 18억4500만 원에 거래됐다. 3월 같은 동(棟) 다른 세대가 16억5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어 반년 새 2억 원이 오른 것이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전용면적 59㎡도 7월 신고가를 경신했다. 3월 약 15억에 팔렸던 곳이 8월엔 매매가 17억 원을 넘어섰다. 마포구 대흥동 마포그랑자이 전용면적 59㎡는 8월 16억9500만 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만 해도 15억5000만 원에 팔리던 곳이다.
가격이 뛰자 집주인은 연일 호가를 올리고 있다. 서초구 공인중개사 김모 씨는 "34평형 최고가가 49억8000만 원인데 현재 호가는 58억 원이다. 매물을 거두는 매도인도 생겼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사 온 씨는 "최근 호가는 실거래가보다 5000만~1억 원 정도 높다"며 "몇 달 새 호가가 빠르게 뛰다 보니 지금은 저렴한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추세"고 말했다.
"신축 나올 때까지 가격 더 오를 것"
호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가 주춤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는 "태풍이 한차례 닥쳤다가 태풍 중심부는 지나간 상태"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초구 공인중개사 김 씨는 "8월은 전달보다 매입 문의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해도 문의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수요자가 원하는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서다. 반포동 공인중개사 김 씨는 "반포동은 가장 가까운 신축 아파트 입주가 2026년 8월이라 그 전까지는 신축 아파트 공급이 없어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공인중개사 양 씨는 "오늘도 매입하려는 손님에게 아파트 매물을 보여주고 왔다"며 "가지고 있던 집을 판 사람들은 사려는 아파트 가격이 비싸도 사야 하니 최고가가 또 경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온 씨는 "빠른 공급 신호가 매수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교수는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돼 대출 가능 금액이 적어지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대출받아 집을 살 것이다. 따라서 아파트 거래가 멈추거나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DSR은 9월에 단계가 한 번 오르고 끝나는 데 반해, 미국 금리는 앞으로 계속 인하될 전망이라서 금리인하에 따른 아파트 가격 상승 압력이 더 클 것이라고 본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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