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지원 앞장' 조균석 교수 퇴임…"회복적 사법, 블루오션"
"처벌 넘어 회복이 진정한 정의…이제 국민으로서 피해자 지원·회복적 사법 활동"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피해자 보호와 지원, 회복적 사법은 법조인들이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인 동시에 '블루오션'입니다. 아마 할 일이 태산일 거예요."
조균석(65)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지난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웃으며 후배 법조인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2008년 9월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해 16년간 후배 법조인을 길러낸 조 교수는 31일로 정년 퇴임한다.
국내 형사법학계의 태두 이재상 교수가 자리 잡았던 이화여대에서 조 교수 또한 많은 저술을 펴냈고 특히 회복적 사법의 국내 소개와 정착에 매진한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우리 사회의 여러 형사정책적 과제와 관련해 회복적 사법 개념에 기반한 해결책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1985년 검사(사법연수원 13기)로 임용돼 주(駐)일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부 보호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등을 지내고 2007년 검찰을 떠났다.
이후 변호사로 일하다가 교편을 잡았고 2021년 친정인 검찰에서 대검찰청 검찰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조 교수는 "여러 직군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퇴임을 앞두고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 아주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이던 2003년 검찰과 민간 단체 등이 범죄 피해자와 가족을 돕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를 국내 최초로 설립하는 등 특히 범죄피해자 지원·보호 제도 정착에 앞장서 왔다.
1990년 일본 게이오대에서 1년간 연수하며 만난 지도교수이자 피해자학의 권위자인 고(故) 미야자와 고이치 교수의 영향으로 피해자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됐고, 192명이 숨진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체계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매진했다.
조 교수는 "'방화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이 생기고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는데 국가나 사회적 대응 시스템이 없어 우왕좌왕하게 되더라"라며 "범죄 예방과 범죄자 갱생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를 도와주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한 일인 만큼 민간 단체 등과 이 같은 일을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첫발을 뗀 센터는 이후 전국으로 확대 설치됐다. 대검찰청이 이듬해 센터를 전국 각 지검·지청에 설치·운영하도록 하면서다.
검찰을 떠나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뒤에도 사법 시스템에서 피해자 지원·보호 제도 정착을 위한 연구와 노력은 계속됐다.
한 제자가 피해자 보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조 교수의 형사소송법 강의를 듣고 사법시험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품어 재학 중 합격에 수석까지 차지한 일도 있었다.
이 학생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얽힌 일화를 알게 된 조 교수는 이를 교수 생활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을 느낀 순간으로 꼽는다.
조 교수는 피해자 지원의 연장선상으로 '회복적 사법'을 연구해 2009년 이화여대 법학연구소에 회복적 사법센터를 설립하고 매달 학계와 검찰·경찰, 교정 분야 실무진 등과 함께 포럼을 열어왔다.
회복적 사법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 집중하던 '응보적 사법'을 넘어 범죄에서 발생한 피해 복구는 물론 범죄자와 피해자, 사회 공동체의 관계 회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응보적 사법에선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를 잡고 처벌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잊히기도 한다"며 "그러나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는 둘 중 어느 하나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제적으로 화해를 시킬 수는 없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가해자는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피해자는 회복을 할 수 있게 되고, 사회가 이를 도우면서 지역사회가 다 같이 범죄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도록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형사사법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피해자 지원과 회복적 사법 확산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피해자 지원 제도는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잘 잡았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고 도약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며 "나도 이제 교수는 아니지만 국민으로서 공익적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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