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한국화가 최진우..수묵으로 재해석한 무등산 실경산수(1편)

김옥조 2024. 8. 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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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전도' 등 부감시로 본 남도의 산천
조선 후기 '겸재 정선' 화법·필선 계승
'사실정신' 담은 네 번째 개인전 열어
다음달 3~30일 광주 동구 오월미술관

[예·탐·인]]한국화가 최진우..수묵으로 재해석한 무등산 실경산수(1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화가 최진우 작가는 '무등산'을 소재로 조선 후기 겸재 정선의 필법과 시점을 현대화하여 재해석하는 화가로 주목받고 있다

중견 한국화가 최진우 작가는 수묵정신을 살려 우리 땅의 기세와 미감을 품어온 작가입니다.

특히 지난 30여 년 동안 줄기차게 '무등산'을 화폭에 담아 남도인의 전통정신과 서정을 전달해 온 민중미술가입니다.

그동안 선보인 세 번의 개인전에서 주로 '무등산'을 테마로 해 '무등산 화가'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호남의 진산 무등산에 끊임없이 시선을 보내온 작가입니다.

▲수묵 실경산수화의 전통을 이어온 중견 한국화가 최진우 작가가 화실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

전통 수묵 산수화를 고집하면서도 화폭에 담는 형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품어내며 실경산수의 전통 또한 지켜왔습니다.

최 작가는 화가이자 교육자이며 예술운동가로 진보적 성향의 문화예술계 활동을 통해 개성 강한 수묵의 예술세계를 넓혀온 중견 작가답게 독창적인 화업을 일구어 왔습니다.

다음 달 3~30일까지 광주광역시 동구 오월미술관에서 네 번째 개인전 '염(染)-무등에 물들다'를 준비 중인 최진우 작가에게 신작발표와 함께 예술철학을 들어 봅니다.
◇ 민중미술의 시각으로 품어낸 무등산 실경
▲한국화가 최진우 작가가 수묵의 전통을 이어가는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후학을 지도하는 교실에서의 모습

- 이번 전시회 소개

"'염(染)-무등에 물들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지금까지 선보여온 부감시로 그린 '무등산'도 있고 또 살짝 새롭게 하려고 한 작품 두 가지 종류로 진행될 것 같아요. 그동안 쭉 무등산을 많이 그렸거든요. 3회까지 거의 무등산을 주제로 했었고 이번에도 무등산과 남도 풍경을 주로 담았습니다."

- '무등산'을 그린 이유

"원래 고향이 순천이고 무등산을 대학 와서 보게 됐습니다. 무등산이 호남의 상징이고 저도 민중미술 쪽으로 시작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림에 담았던 것 같습니다. 무등산을 전통적으로 봤을 때 항상 가까이 있는 산인데 그리는 작가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등산을 우리 방식으로 조형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를 했습니다. 또 마침 개인전 주제를 '무등산'으로 하다 보니까 주변에서도 '무등산 작가'라고 불러서 계속 더 그리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최진우 작 '무등전도', 180X110cm. 한지에 수묵담채, 2009

- 이번 '무등산'의 다른 점

"조선후기 겸재 정선이 남긴 자연 대상을 향한 시점을 계승하면서도 점점 그 어떤 형상을 더 찾아가는 계기라고 봅니다. 그동안 계속 시도를 했거든요. 그동안 쭉 했던 무등산 작품 한번 보시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 '부감시'로 본 풍경인지

"그렇죠. 그게 말씀하신대로 겸재가 금강산을 그려냈을 때 부감방식으로 그렸습니다. 또 약간 자기만의 어떤 감성으로 조합해서 강산을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만약 겸재가 이 남도 땅 광주까지는 한 번도 내려와 본 적이 없으니까, 내가 겸재가 된 마음으로 해서 무등산을 부감시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죠."
◇ 작가의 독자적 시각 조형한 10폭 대작
▲최진우 작 '무등에 물들다', 270x182cm, 한지에 수묵, 2024

- 대표작 '무등에 물들다'에 대해

"그동안 그려온 무등산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구도가 부감이기는 한데 드론으로 띄워 갖고는 이 형상이 안 나오거든요. 무등산이 가장 무등산답게 보일 수 있는 쪽으로 그렇게 조합해서 해 본 겁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10폭짜리로 좀 크게 한번 해봤습니다."

- 실제로 본 방향은

"새인봉으로 가는 등산로 쪽으로 쭉 따라 올라가서 전체를 다 조망한 거죠. 그런데 무등산은 보여 지는 게 약간씩 각이 다 틀려요. 실제로 그 각이 안 나오는데 가장 무등산처럼 보이는 각도로 제가 틀어서 한 화면에 담은 거죠."

▲최진우 작 '무등전도', 90X56cm, 한지에 수묵담채, 2016

- 겸재가 금강산을 펼쳐본 것과 같은지

"딱히 겸재를 완전히 빼닮은 건 아니지만 이것은 우리 땅 우리 강산을 바라봤던 겸재의 정신과 시각을 조금 현대화해서 들여다 본 것이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수묵을 고수하는 이유

"수묵이 완전히 우리나라의 전통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갖고 있는 정서 속에서 만들어진 이 수묵이라는 재료가 요즘에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심지어 한국화 전시회를 가도 수묵이 없고 거의 다 채색 위주로만 주로 해서 제가 하는 수묵에 집중하게 됩니다."
◇ 서양화 그리다 한국화 전공으로 바꿔
▲최진우 작 '무등산에서 세상을 보다', 습작, 2019

- 수묵은 언제

"저는 원래 서양화 작업을 했었다가 대학교 때 이태호 교수님의 조언에 따라 한국화로 바꿨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우리의 전통을 가능하면 찾아가고자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재료적인 것도 있다고 생각해서 수묵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죠."

- 그려지지 않는 부분들은

"우리 수묵에서 하는 그런 여백, 즉 공간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공기 원근법의 형태로 그렇게 비워둠으로써 뭔가 공간감을 더 크게 주는 방식 중에 하나입니다."

▲최진우 작 '다짐', 85X140cm, 한지에 수묵담채, 1997

- 무등산이 10폭 산 너을로 그려졌는데

"마치 아침 우시장의 소 등성이가 여러 개 겹쳐진 형상 같다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자는 무등산 산세를 코끼리 등성이로 보기도 하고요. 이 무등산 등허리가 마치 코끼리의 등허리 능선처럼 라인을 해석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산세가 유연하고 부드럽다고만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굴곡이 쭉쭉 있는데 큰 부담이 없이 공감대가 생겼다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 무등산 형상을 구현하기까지

"제가 무등산을 직접 가서 스케치도 하면서 이 형상이 완전히 처음부터 바로 이렇게 나온 건 아닙니다. 그전에 쭉 형상을 찾아가는 과정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다가 지금 이 형상이 현재까지는 제일 무등산이 잘 담아진 것 같은 느낌이어 가지고 그렇게 표현해 본 것입니다."

▲최진우 작 '비 내리는 새인봉', 73X51cm, 한지에 수묵, 2024

- '무등산' 작품 개수

"6~7점 정도 될 겁니다. 대표작만 10폭 대작이고나머지는 중소작 정도 됩니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자세히 보면 굉장히 세필로 다 한 거거든요. 겸재의 시각이나 정신을 전통으로 이어 받았고 기법 상으로 더 진화한 것이란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전에 필법을 약간 겸재식으로도 했는데 미점 찍어 가면서 하다가 현대 표현 방법은 또 나답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 좀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 이 기사는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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