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썰렁한 추석 극장가…경쟁작 없는 '베테랑 2' 독주하나
"흥행 유력한 영화와 맞대결은 모험…설·추석 더는 성수기 아냐"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올해 추석 연휴 극장가에선 굵직한 한국 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극장가 성수기 중 하나로 꼽히는 추석에는 대개 3편 정도의 한국 영화가 맞붙어왔지만, 이번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만 출격해 사실상 '빈집 털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영화계에 따르면 '베테랑 2'는 추석 연휴 직전인 다음 달 13일 극장에 걸린다.
영화계 관행처럼 굳어진 수요일 개봉 공식을 깨고 금요일 개봉을 택했다. 개봉 초기 흥행 흐름을 끊지 않고 14일부터 닷새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끌고 가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1천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베테랑'(2015)의 속편이다.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박선우 형사(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베테랑 2'를 제외하면 추석 연휴 직전 개봉작 가운데 규모 면에서 중급 이상인 한국 상업영화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안녕, 할부지'와 가수 남진의 콘서트 영화 '오빠, 남진', 가족 드라마 '장손', 성소수자 딸을 둔 중년 여성의 이야기 '딸에 대하여' 등이 극장에 걸리지만,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작품들이다.
연휴에 한국 상업영화가 자취를 감춘 이 같은 모습은 이른바 '텐트폴'로 분류되는 영화들이 잇따라 나오던 예년 추석 극장가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베테랑 2'라는 강적을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각 배급사가 비슷한 시기 개봉을 피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테랑 2'는 올해 한국 영화 라인업에서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1편의 영광을 등에 업은 데다 지난 5월에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여기에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주가를 높인 배우 정해인이 새로 합류해 팬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베테랑 2'가 칸영화제에 갔을 무렵부터 추석에 개봉한다는 얘기가 있었고, 개봉 3개월 전인 6월에 개봉일을 발표했다"며 "이런 영화가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하고 홍보하는 상황에서 다른 배급사들이 신작을 꺼내 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편이 9년 전에 나오긴 했어도 최근까지 유행어나 스토리가 회자할 정도로 관객에게 익숙한 작품"이라며 "이렇게 흥행이 확실시되는 큰 영화와 경쟁하는 건 모험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 상업영화 3편이 한날 개봉해 출혈경쟁을 벌였다가 빈손으로 퇴장한 지난해 추석 연휴의 '학습효과'가 영향을 끼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연휴 직전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이 한날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지만, 세 편 모두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두어 달가량의 여름 시장도 이젠 성수기가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때에 이보다 기간이 훨씬 짧은 추석이나 설 연휴는 경쟁이 더 치열하고 관객도 예전처럼 많이 몰리지 않는다"며 "작년 추석은 6일이 연휴였는데도 3편 모두 실패했는데, 올해는 5일로 짧아져 더욱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등 외국 영화도 마땅한 경쟁작이 없어 최소 9월 말까지는 '베테랑 2'가 극장가를 독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는 개봉이 2주 남은 30일 예매 관객 수 6만2천여 명을 기록해 예매율 2위에 올라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베테랑 2'가 최소 3∼4주간 흥행을 이어가고 입소문을 탄다면 10월 개천절(3일), 한글날(9일) 징검다리 연휴까지도 관객몰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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