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평사원→사장 '샐러리맨 신화' 12명?…CEO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곳
PC 통신 소프트웨어 '잠들지 않는 시간'을 시작으로 '쿨메신저'로 히트
매출 1000억 넘는 IT 기업으로 자리잡아…글로벌·AI로 넥스트 30년 다시 달린다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꿈꾸고 도전하고, 끊임없는 나아가자."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지란지교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1994년, 가진 것이라곤 꿈과 열정 밖에 없었던 혈혈단신의 청년 4명이 세웠던 지란지교는 이제 700명의 삶과 꿈이 담긴 회사로 성장했다. 지란지교는 국내 최초 윈도 기반 PC 통신 소프트웨어 '잠들지 않는 시간'을 시작으로 쿨메신저, 파일세이프, 스팸스나이퍼, 웹필터 등 히트 SW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지금은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중견 SW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30년. 지란지교는 이제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모든 제품군을 혁신하고 좁은 내수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펼친다. 이른바 지란지교의 '넥스트(NEXT) 30' 비전이다. 오치영 지란지교 창업자 겸 최고드림오피서(CDO)는 "꿈꾸고 도전하고, 나아가자고 외치며 지난 30년간 쉴 새 없이 달려왔다"며 "새로운 30년은 글로벌 IT 솔루션 리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본금 1500만원 들고 1994년 창업전선 나선 대학동창 4인
당시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공부 공간도 제공하고 최신 컴퓨터와 왕복 교통비를 지원한다. 이 멤버십 프로그램에서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컴퓨터를 좋아하던 충남대학교 4학년(88학번)의 오치영, 이동희, 최철원, 도기욱은 개인PC 4대와 자본금 1500만원을 들고 이듬해 회사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유안진 시인의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영감을 받아 '지란지교소프트'로 지었다. 그렇게 지란지교는 시작됐다.
지란지교소프트의 첫 제품인 '잠들지않는시간'은 1994년 삼성명인마당에서 장려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의 성공은 회사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으며, 이후 지란지교소프트는 대한민국의 간판 IT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오치영 CDO는 "대학 4학년 때 졸업을 하면 무엇을 할까, 어떤 것을 하면 행복할까 생각을 했었다"면서 "제일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매출 1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22개 계열사
SW 외길 30年, 다음 30年 "지란 패밀리로 글로벌 시장서 일 내겠다"
지란지교 각 계열사는 특화된 영역에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메일 보안, 네트워크접근제어(NAC), 데이터 유출 방지(DLP) 등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클라우드와 AI 등 신기술을 접목한 솔루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데이터 유출방지와 PC 보안 관리를 지원하는 '오피스키퍼', 협업툴 '오피스메신저', '나모에디터' 등의 제품군을 보유한 지란지교소프트와 악성코드 위협 대응 및 메일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지란지교시큐리티가 지란지교 그룹의핵심 계열사다.
지란지교소프트의 간판 제품인 오피스키퍼는 지난해 고객 수 1만3000개를 돌파하며 중소기업 정보보안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또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이메일 통합 보안 솔루션 '스팸스나이퍼'도 23년 연속 시장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지난 201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AI 기반 데이터 보호 기술력을 보유한 지란지교데이터도 그룹의 기대주다. 지란지교데이터는 지난 2020년 개인정보보호센터사업부가 분사해 신설된 회사다. 시스템 취약점 진단 자동화 솔루션 '솔리드스텝'을 제공하는 에스에스알(SSR), 투자 부문 지주회사 지란지교챌린지스 등도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활약하고 활약하고 있다.
지란지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04년 일본에 처음 진출했다. 일본 SW 시장은 국내 시장 규모보다 6배 가량 크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일본은 909억 달러(약 117조원), 국내 시장은 149억 달러(약 19조원) 규모다.
초기에는 국내 제품을 현지화해 공급했지만, 이후 일본 시장이 필요한 솔루션을 찾아 팔았고 그 다음에는 한·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했다. 이 결과, 지란지교는 일본에서도 주목 받는 기업이 됐다. 지란재팬의 2021년 매출액은 147억원. 그룹 전체 매출액(1347억원) 10%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란재팬는 현재 일본 현지에서 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 중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이렉트클라우드는 지난 2020년에 21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며, 보안 전문 업체 제이시큐리티는 2025년 도쿄증권거래소 도쿄 프로 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란지교는 어느덧 100여명 구성원들이 꿈을 이루는 '드림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30돌을 맞은 지란지교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지란포레스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꿈의 생태계를 조성해, 지속 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비전 '넥스트(NEXT) 30'도 마련했다. AI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먼저 지란지교는 AI 기술 혁신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보안 솔루션의 고도화와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란지교소프트는 'AI 업무 혁신',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보안을 위한 AI', 지란지교데이터는 'AI 기반 데이터 보호 영역 확장'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며, 그룹 차원의 AI 혁신을 추진한다.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도 나선다. 지란지교그룹은 계열사 간 경계를 허물고 상시 협업 체계를 구축해, 고객에게 보다 유연하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란 멤버십'을 도입해 각 계열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크로스셀링(cross-selling)하는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와 지란지교데이터 등 주요 계열사들은 일본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제이시큐리티와 다이렉트클라우드는 일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아태지역 등 신규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IT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예정이다.
오치영 CDO는 "지란지교는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는데 30년이면 하나의 세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이는 문화와 건강한 세대 교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유롭고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계속 유지하는 한편, 지란지교 패밀리 전반에 걸쳐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진행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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