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첫 전기 SUV…‘정통 오프로더’ 가문에서 태어난 ‘아기 맹수’ [시승기-어벤저]
다음 달 초 고객 인도 예정
세컨드카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
中 CATL 54㎾h 리튬이온 NCM 배터리 탑재
국내 인증 기준 주행가능거리 292㎞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미국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문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한 지프가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지난 2022년 유럽에서 첫발일 내디딘 이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으로 세 확장에 나섰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10만대 이상 팔린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어벤저’를 한국 시장에 드디어 선보인 것이다.
다음 달 첫 고객 인도를 앞둔 가운데 지프는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꼴라보하우스 도산에서 어벤저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열었다. ‘첫 전기차’인 만큼 이날 행사에는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과 니르말 나이어 스텔란티스그룹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 세일즈 마케팅 총괄이 직접 참석해 신차의 상품성과 브랜드 전동화 전략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방 사장은 “어벤저는 전동화 시대를 맞이하는 지프의 방향성이자, 지프가 가진 자유와 모험 정신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해석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신차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프의 1호 전기차 어벤저가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면, 첫인상은 말 그대로 깜찍하다. 차량의 포지션 자체가 소형급인 만큼 랭귤러나 체로키와 같은 ‘상남자’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물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만큼 앙증맞고 귀엽다.
방 사장이 신차의 디자인에 관해 “지프 라인업 중 가장 깜찍한 외모를 자랑하는 ‘아기 맹수’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보다 적절한 비유는 찾기 힘들 것 같다.
물론, 기존 지프 브랜드 특유의 거칠고, 터프한 이미지까지는 아니지만, 박시한 스타일의 차체와 브랜드 고유의 각진 세븐-슬롯 그릴 등 곳곳에 정통 오프로더 DNA를 계승한 디자인 요소도 눈에 띈다.
개성 있는 외모와 달리 실내는 말 그대로 무난하다. 아담한 계기반 디스플레이 옆으로 대시보드 중앙에 10.25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배치됐고, 그 밑으로 온도조절 등 다양한 공조버튼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시보드 하단에 버튼식 기어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사용자 성향에 따라 평가가 나뉠 수도 있지만, 급하게 유턴을 하거나 ‘D’와 ‘R’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차량 곳곳에 기내용 캐리어 수준에 달하는 34ℓ의 수납공간을 배치해 스마트폰이나 차키, 핸드크림, 선글라스 등 차량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품을 편하게 둘 수 있도록 한 것은 만족스럽다.
2열 공간의 경우는 높은 활용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린 자녀가 탑승하는 것 외에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신장 180㎝인 성인 남성이 운전석에 앉았을 때 2열에는 주먹 하나가 꽉 낄 만큼의 무릎공간이 남는다.
동력성능을 살펴보면, 어벤저는 54㎾h 리튬이온(NCM) 배터리를 탑재, 최대 출력 115㎾ 및 최대 토크 270Nm의 힘을 발휘한다. 이는 현대차의 엔트리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최고 출력 84.5㎾ 최대 토크 147Nm)보다는 높고, 기아가 최근 출시한 소형 전기 SUV EV3(전륜모터 기준 최고출력 150㎾ 최대토크 283Nm)보다 살짝 낮은 수치로 도심 주행에서 모자람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준수한 가속력을 보여줬다.
주행모드를 달리했을 때 느껴지는 주행질감의 차이도 꽤 분명했다. 다만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저속 구간에서 다소 밀리는 느낌을 받는다.
아기 맹수의 매력은 오히려 오프로드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자갈길과 흙길, 비탈을 오르는 약 1㎞의 오프로드 코스도 달렸다.
어벤저는 샌드·머드·스노우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과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이 탑재됐다. 아울러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 기능을 기본 제공해 내리막길 주행 중 속도 제어가 가능하고, 저속영역에서는 오프로드 주행을 돕는다.
또한 동급 대비 가장 넓은 진입각(20도)부터 브레이크 오버각(20도) 및 이탈각(32도)을 확보, 소형 모델임에도 경사구간은 물론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무난한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이날 왕복 약 60㎞ 구간을 주행하는 동안 차량에 표시된 전비는 ㎾h당 4.7㎞로 공인 복합 전비(5.0㎞)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정확한 주행가능 거리와 충전 속도 등은 직접 확인할 수 없었지만, 회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어벤저의 국내 공인 인증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292㎞(WLTP 400㎞)다. 또한, 충전의 경우 고속 충전기 기준으로 약 24분 만에 배터리 잔량 2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어벤저는 편의·안전 사양에 따라 ▷‘론지튜드’ ▷‘알티튜드’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각각 5290만원, 5640만원이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4000만원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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