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우주 시대 대비하는 우주 생명공학 연구 'SOMA'

네이처 제공

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우주 공간의 지구 모습과 함께 무수한 사람 형상들이 지구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실렸다. 빼곡히 놓여 있는 사람 형상들은 사람이 가진 생물학적 데이터를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페이스 오믹스(SPACE OMICS)라는 단어가 쓰여 있기 때문이다. 오믹스는 현대 생명과학에서 단백체, 대사체, 전사체 등 다양한 분자나 세포 집합체 전부를 가리킨다. 

네이처는 29일 미국 코넬대 의대 중심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 'Space Omics and Medical Atlas(SOMA)'가 하는 일을 소개했다. SOMA는 우주 환경에서 생명체의 생리학적 변화를 분석하고 데이터화하는 프로젝트다. 

25개국 이상에서 100개 이상의 기관이 협력해 우주 비행에서 얻고 분석한 데이터를 지난해 6월부터 공개했다. 스페이스X가 이끄는 민간인 우주 프로젝트인 '인스피레이션4'를 통해 우주를 관광한 민간 우주인 4명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6개월~1년 체류한 우주 비행사 64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지금까지 우주인의 건강을 분석한 연구 중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다. 

가장 주목을 받는 데이터는 인스피레이션4를 통해 얻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120일, 180일 또는 365일 동안 머무는 ISS 체류 우주인의 장기 임무와는 성격이 다르다. 단기적으로 우주 비행을 했을 때 신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해당 데이터는 44개 관련 논문이 나오는 데 기여했다. 

인스피레이션4 임무에 참여했던 민간인 우주인들의 우주 체류 기간은 약 3일로 짧았다. 데이터에 따르면 면역 체계와 유전자가 일부 바뀌었다.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염색체의 끝 부분인 '텔로미어'는 길어졌다. 텔로미어가 길수록 세포가 천천히 늙는다는 뜻이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은 증가했다. 면역을 활성화하는 유전자의 발현 정도도 달라졌고 DNA 손상이나 산화 스트레스도 확인됐다. 

이중 대부분은 원래 수치대로 돌아왔지만 뇌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 콜라겐, 사이토카인의 변화는 최소 3개월 동안 지속됐다. 

네이처는 SOMA의 영향으로 최초의 항공우주 의학 바이오뱅크(Weill Cornell Medicine's CAMbank)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바이오뱅크에는 우주인으로부터 얻은 최초의 직접 리보핵산(RNA) 시퀀싱 데이터, 각 우주 임무에서 얻은 생물학적 샘플, 공간적으로 분해된 우주인의 전사체 데이터 등이 있다. 

생물학적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지난 몇 년 동안 우주 비행이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우주 비행이 인간과 미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우주에서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OMA다. '화성 이주'까지 꿈꾸는 시대에 우주 비행이 건강에 미칠 영향을 미리 살피는 '우주 생명공학' 연구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