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남의 나라 이야기, 대기업 가고 싶어요”…완성차 ‘도미노 파업’ 여파 속 협력사 직원들의 커지는 속앓이 [난 누구, 여긴 어디]
대기업 ‘킹산직’ 등 성과금↑…각종 복지제도도 부러움의 대상
‘남의 나라 얘기’ 하소연…완성차 파업 지속에 일부 협력사는 ‘고사 위기’
일하는 곳은 달라도 누구나 겪어봤고 들어봤던 당신과 동료들의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기업인,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다룹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1. 국내 유명 대기업의 한 공장 보안요원인 30대 A 씨. 협력업체 소속인 그는 매년 여름이면 큰 박탈감을 느낀다. 이맘때면 회사가 지급하는 상반기 성과급이 나오는데, 협력업체 직원인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본사 직원들만큼 받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박탈감만 커진다. A 씨는 “직원들이 게이트를 통과할 때면 부럽다는 생각만 든다”고 토로했다.
#2. 대형 완성차 브랜드인 B사의 협력업체 직원 C 씨. 최근 B사의 파업 소식에 복잡한 심경을 경험했다고 털어놓는다. 공장 일부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C 씨의 회사가 납품하는 부품의 생산라인이 멈췄기 때문이다. C 씨는 “사실 출근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은 편하지만, 직원들끼리는 ‘이러다 결국 회사 망하는 거 아니냐’는 웃을 수 없는 농담이 오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완성차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노사 양측 간 임금·단체 협상이 장기화하는 국면입니다.
노측은 “회사가 지난해 거둔 성과에 들어간 근로자들의 노고를 인정해달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이번에 얻은 수익을 향후 투자에 전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샴페인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훨씬 좋은 조건으로 노사 합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액을 기록했습니다. 7월 임금협상이 타결된 현대차에서는 기본급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2023년 경영성과금으로 기본급의 400%+1000만원 지급, 2년 연속 최대 경영실적 달성 기념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지급, 주식 25주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인상 효과는 약 5000만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현재 조합원들의 찬반을 묻고 있는 한국GM에서도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일시·성과급 1550만원 지급, 직원 복지차원에서 올해(9~12월) 트래버·타호·콜로라도 차량에 대한 5% 할인이 제공됩니다.
조합원들은 “앞선 임단협에서 노측이 많은 양보를 한 만큼 이번 협상에서는 더욱 확실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기본급 8만원, 일시·성과급 1050만원)와 비교했을 땐 분명 액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기아와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KGM)에서 노사간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속으로 아쉬움과 부러움을 달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협력사 직원들입니다. 사내 협력사인 경우 대기업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부품 납품업체일 경우엔 밖에서 제품을 납품하는 업무를 하게 되는데 이들 모두에게 대형 완성차 업체에서 이뤄지는 노사 협상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되레 거대 기업 노사의 협상 과정에서 공장이 멈출 경우, 협력사들은 수익률에 직접적인 타격이 생깁니다. 제품을 공급한 만큼 대금을 지급받는 게 협력사들의 수입 구조인데, 공장이 멈추면 그만큼 제품을 납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선 한국GM 노조의 부분파업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이 ‘생존권’을 호소하면서 성명서를 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협력사 소속 직원들은 이로 인해 특근의 기회도 줄고 경영난으로 성과급까지 감소할 수도 있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협력업체의 일부 직원은 한국GM 노조 홈페이지에 “본사 직원들의 권익 보호를 지지한다”면서도 “합리적인 판단이 없으면 협력업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호소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2월 발표한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일자리 비율은 2021년 기준 13.9%였습니다. 여기에서 실제 우리가 자주 이름을 들어본 ‘주요 대기업 정규직’의 자리는 더욱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사 정규직이 누리는 화려한 복지는 정말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인 셈이지요. 특히 대부분 본사의 정규직 노조원들은 근속기간이 긴 40~50대 직원들이 많은 반면, 진입장벽이 낮은 협력사에는 비교적 젊은 20~30대 직원들이 많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본사에서 생산직을 뽑을 경우에는 협력사 직원들을 중심으로 열띤 ‘지원 러시’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10대 기업 협력사에서 일하는 한 근무자는 “앞서 현대차가 생산직을 모집할 때, 주위에 있는 생산직 근로자들 중 (지원서를) 넣지 않은 20대와 30대는 드물었다”면서 “대기업 근무를 하려면 자격증 등 스펙이 필요해 선배들도 자격증을 따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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