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재산 넘긴 친구, 빌려준 2억 받을 수 없나요[양친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선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하지만 친구는 넉달 정도는 이자를 잘 주더니 슬슬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 물어보면 사업이 힘들다고 죽는 소리를 하는데 몇달은 기다려줬죠. 하지만 이자를 주지 않은지 1년이 넘어가 친구에게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대출이라도 받아서 원금을 갚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친구는 사업이 힘들어져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고 재산분할로 아파트까지 아내에게 몽땅 줬다는 겁니다.
친구가 가지고 있던 아파트 가격이 한 20억원 정도 되는데요. 정말 이혼한 건지, 이혼을 했더라도 전 재산인 아파트를 전업주부였던 아내에게 다 넘겼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친구가 재산분할로 아파트를 아내에게 넘겨줬다면 저는 정말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건가요?
-사연자는 친구가 실제 이혼을 한 건지 이 부분을 의심하고 있는데요.
△법에서는 혼인관계를 해소할 진정한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혼신고를 하는 것을 ‘가짜이혼, 가장이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일단 이혼신고가 이뤄진 경우에는 이혼 자체를 가장이혼이라는 이유로 무효로 돌리거나, 이혼에 따른 일체의 법률효과를 무효로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곧 가장이혼도 법률적으로 ‘이혼은 이혼’이라는 겁니다.
-이혼이 무효가 되고 아파트 재산분할을 다시 할 수는 없을까요?
△유사한 경우의 판례가 있는데요. 판례에 따르면,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에는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사연처럼 강제집행 면탈 목적이 인정되더라도 법률상의 혼인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 합치 하에 이혼신고가 됐다면 협의이혼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협의이혼이 유효하다면 이에 따른 재산분할도 원칙적으로는 유효하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 재산분할 자체가 무효임을 전제로 이미 부인 명의로 넘어간 아파트를 사연자의 친구 명의로 찾아올 수는 없습니다.
-재산분할은 기여에 따른 비율로 정하게 되는데, 친구는 아내에게 전부 다 넘겼습니다. 이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까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처분하는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합니다. 사해행위 취소에 대해 민법 제406조에서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채무자의 처분행위로 인해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 다시 이익을 얻은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친구의 아내가 사해행위라는 것을 몰랐다면 사해행위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친구의 아내는 남편의 채무상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커 보이는데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면,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취소되는 범위 내에서 원상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자체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 범위가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의 집이 20억원 정도이고 원래는 친구의 아내가 재산분할로 10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면 이 10억원에 대한 부분은 원래 공동재산의 청산이고 부양적 의미라 괜찮고, 나머지 이를 초과하는 범위가 있다면 그 부분만 사해행위가 된다는 게 판례의 태도입니다.
사연을 보면 친구의 아내가 전업주부라고 했습니다. 전업주부의 경우 혼인기간이 30~40년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친정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통상적으로 기여도는 50%를 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50%가 넘는 범위에 대해서는 사해행위가 되는 것으로 보고 원상회복을 구해 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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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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