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읽기와 매일 쓰기의 힘…이승우·천쉐 에세이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읽기와 쓰기는 작가들의 문학세계를 일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두 행위다. 좋은 소설에 대한 감각을 기르기 위해선 우선 소설을 읽어야 하기에 좋은 작가들이란 거의 모두가 작가이기 전에 진지하고 열성적인 독자다. 또, 쓰기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행위이므로 문학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과 대만 문학들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이승우와 천쉐가 비슷한 시기에 읽기와 쓰기의 가치에 각각 집중한 에세이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욕망, 죄의식, 사랑, 인간의 양면성 등 깊은 관념의 세계를 '생의 이면', '지상의 노래', '사랑의 생애' 등의 소설로 형상화해온 작가 이승우의 에세이 '고요한 읽기'(문학동네)는 읽는 행위에 중점을 둔 책이다.
작가는 먼저 이른바 영감이라고 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한다. 창작에 있어 영감보다는 꿈꾸기, '필사적인 꿈꾸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영감에 대한 미신에서 벗어날 것. 영감을 부정하지도 말고 숭배하지도 말 것. 왜곡이나 악용은 더욱 삼갈 것. 모독하지 말 것. 다만 필사적으로 '꿈꿀' 것. 영감 같은 것은 있지 않다는 듯, 그러니 바라지 않는다는 듯 필사적으로 애쓰고, 애쓰면서 기다릴 것. "
문학을 비롯한 창작, 나아가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꿈 꾸는 속성에서 비롯됐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모든 새로운 것은 꿈꾸는 자들에 의해 세상에 나타났다. 자동차와 텔레비전은, 자동차와 텔레비전이 있기 전에 누군가의 꿈속에 있었다. 약자를 보호하고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사상이 누군가의 꿈속에 있었다. (중략) 당장 써먹을 수 없다고 꿈꾸기를 포기하면 새로운 세상을 살 수 없다."
꿈을 꾸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바로 책이다. 책은 "나와 사람과 세상을 읽기 위한 광학기구"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고요한 읽기의 오랜 동반자들은 보르헤스, 쿤데라, 카프카, 마르케스, 헤세, 이청준 등 소설가들에서부터 사르트르, 벤야민, 시몬 베유 등 철학자와 사상가들, 그리고 탈무드와 성경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철학 종교를 전방위로 넘나든다.
작가는 이번 산문집이 "누군가에게 광학기구가 될 수 있기를, 그래서 감추어진 동굴 속의 생각들을 끄집어내 '나'를 읽는 데 아주 미미한 기여라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고요한 읽기'가 사상과 관념의 뿌리를 섬세하게 더듬은 책이라면, 천쉐의 '오직 쓰기 위하여'(글항아리. 조은 옮김)는 당장 실천할 만한 조언으로 가득한 실용서에 가깝다.
천쉐는 '악녀서'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30년간 대만 소설의 중심부에서 활약해온 중견 작가다.
작가는 '글쓰기의 12가지 비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최고의 방법은 "쓰면서 고치고 쓰면서 성장하는 것"이라 말한다.
주변에 좋은 책이 많아 자꾸 읽고만 있는 사람에게는 양서를 읽기보다는 안 써지는 본인의 글을 쓰라고 직언한다. 쓰기보다 읽기를 좋아하면 점점 더 못 쓰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루틴의 힘이다. 집필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노동이기에, 나 자신을 반복 훈련시키면서 작품 쓰기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는 루틴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글을 쓰기 전에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오랜 시간을 거쳐 다듬어진 작품이 글쓴이 자신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글쓰기는 재능보다는 노력이 더 중요한 일이다. 재능은 매일 앉아 1천자를 쓰는 데 전념할 수 있을 만큼의 재능이면 충분하다.
"진정한 재능은 쉽사리 글을 써서 남들보다 우월해지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남들이 못 가는 길을 가고, 남들이 못 견디는 고생을 견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실의를, 좌절을 참아내며 남보다 더 멀리 가는 것, 이런 것이 가장 소중한 재능이다."
이외에도 작업량을 정하는 방법, 1년에 3~4개월 쉬는 루틴, 생활 리듬 조절 방법, 프리랜서 작가 업무 지침 등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 풍부하게 담겼다.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일반인 독자나, 작가 지망생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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