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해외 도피' 루머에 컬리 '발끈'…"재무 위기 없다" 반박한 이유

유엄식 기자 2024. 8. 31. 07: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출 95%가 '직매입'으로 현행 대규모유통업법 기준 충족
2조2000억원대 결손금은 회계기준 변경 영향... 실제 외부 투자액은 1조원 안팎
컬리 배송 차량. /사진제공=컬리

"재무 위기설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다." (컬리 관계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며 2022년~2023년 2년 연속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한 컬리가 창사 9년 만에 최대 루머에 휩싸였다. 공교롭게도 회사가 처음으로 반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A)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입증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시점이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는 급기야 김슬아 대표의 해외 도피설까지 번지며 회사 이미지를 훼손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악의적"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30일 컬리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된 재무 위기설은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허위 정보다. 컬리 관계자는 "시중에 도는 루머는 대부분 허위 정보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해프닝이 컬리가 협력사 대금 정산 시기를 늦췄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컬리는 올해 들어 매월 11~20일 납품된 상품은 두 달 뒤 10일까지, 21일부터 말일까지 납품 건은 두 달 뒤 20일까지 정산 시점을 늦췄다. 납품일에 따라 정산 대금 지급 기일이 최대 20일 지연된 셈이다.

이 때문에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이커머스 대금 정산 주기를 대형 유통사(40~60일)보다 단축하면, 컬리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회사 매출 비중은 직매입이 95%, 3P(오픈마켓)가 5% 수준"이라며 "식료품 외에도 뷰티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연초에 직매입 정산 주기를 조정했는데, 이는 현행법의 직매입 정산 시점(60일) 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컬리는 오픈마켓 관련 정산 주기를 신설해도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컬리 관계자는 "현재 3P 관련 대금 정산은 한 달(1개월) 기준으로 시행 중"이라며 "정산 대금 기준을 40일 이내로 설정해도 경영에 지장이 없고, 3P 매출 비중이 작아 큰 영향이 없다"고 했다.

투자 업계에선 컬리가 수년간 누적된 적자와 신규 투자로 결손금이 2조2777억원(2024년 6월 기준)까지 쌓였기 때문에 기업공개(IPO)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결손금은 향후 회사가 이익이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상계해야 하고, 결손금을 상계하기 전까지는 이익을 배당할 수 없다.

하지만 컬리는 회계 기준 변경으로 결손금 규모가 과대 산출됐다는 입장이다. 2021년 말 상장을 추진했던 컬리는 회계 방식을 한국회계기준(K-GAAP)에서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바꿨다. 컬리는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는데, 이는 K-GAAP에선 자본으로 인식되지만, K-IFRS에선 RCPS의 현재 가치까지 더해져 부채로 잡힌다.

RCPS는 투자자가 회사 측에 투자금 조기 상환을 요구하거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컬리 관계자는 "2조2000억원대 결손금 중 절반 이상이 RCPS로 인해 발생한 부채"라며 "실제 외부에서 조달한 투자액은 1조원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컬리는 영업 활동으로 재무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강조한다. 컬리는 올해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첫 분기 흑자(5억원)를 달성했고,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A) 흑자를 기록했다.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컬리의 자산 총계는 8709억원으로 부채 총계(7493억원)를 웃돈다.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721억원으로 지난해 말(1387억원)보다 증가했다.

컬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영업이익으로 창출한 게 아니고, 대금 정산 지연으로 재무제표상 수치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며 결국엔 투자자에게 갚아야 할 부채라는 지적도 있다. 컬리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확한 정보"라고 반박했다.

컬리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연초 정산 대금 시기를 늦춘 것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가 대금 정산을 늦추는 것은 경영관리 측면에서 좋은 신호라고 보기 어렵다"며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는 영업 성과를 내야 각종 루머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