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물대포까지 동원된 말벌과의 전쟁!
우주 비행사가 연상되는 하얀색 보호복을 입은 소방관이 조심스레 말벌집에 접근한다.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전용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놀란 말벌들은 비상이 걸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벌집에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들을 공격한 침입자를 찾아 처단하겠다는 듯, 말벌들은 무서운 기세로 날아들고 소방관은 이에 맞서 다시 한번 살충제를 분사한다. 치열한 전투가 마무리되고 말벌집 주위에 벌이 좀 잦아들자 소방관은 준비해 간 전용 비닐로 말벌집을 감싼 후 천정에서 떼어 냈다. 그리고 주변에 남아 있는 말벌들을 정리하며 마무리 작업을 시작했다.
말벌은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무서운 곤충이다. 그렇기에 주택에 말벌집이 생기면 안전을 위해 즉시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제거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다. 난이도가 높고 위험하다. 소방관들은 말벌이 창궐하는 여름철이면 매일 이 어렵고 힘든 작업을 하고 있다.
말벌은 소문처럼 매우 공격적이고 위험한 곤충이다. 사람이 쏘였을 경우 심각한 신체적 반응을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말벌의 독에는 여러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만다라톡신 같은 독소도 포함되어 있다. 꿀벌에 쏘이면 붓는 증상의 강도가 약한 편이지만, 말벌에 쏘이면 어지럽고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까지 동반하는 쇼크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말벌은 위협을 느끼면 집단으로 공격을 해 오는 습성이 있다. 혹시라도 말벌집을 발견하게 된다면 벌을 자극하거나 접근하지 말고 119에 신고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벌집 제거 신고는 소방서 생활 안전 신고 중 8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올해는 유례 없는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방대원들의 말벌과의 사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말벌집에 관한 신고가 접수되면 소방본부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말벌집 제거에 나선다.
벌집 제거 요청은 보통 주택가에서 많이 들어오는데, 집 천장에 동그란 형태로 매달려 있는 말벌집은 그나마 제거가 쉬운 편이다. 벽을 기둥 삼아 반원의 형태로 붙어 있거나 높은 나무 위에 위치한 말벌집은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나무 꼭대기에 벌집이 위치해 있는 경우에는 접근을 위해 사다리차를 동원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물 대포까지 동원해야 한다. 물대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통제도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간단치 않다. 물 대포를 쏴서 말벌집이 땅에 떨어지면 준비해 온 가스 토치와 살충제, 배드민턴 라켓 등을 이용하여 끝까지 제거 작업을 벌인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불볕더위에 숨쉬기조차 어려운 두꺼운 보호복을 입고 처리해야 하는 벌집 신고가 여름이면 하루에 100건 가까이 접수되는 경우도 많다.
대전소방서 법동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오정혁 소방장은 “힘든 호흡 몇 번이면 금세 습기로 가득 차 버리는 보호 장비를 입고 작업하는 것은 이젠 일상이라 오히려 익숙한 편이다. 그렇지만 간혹 차로 접근이 어려운 둘레길 등 보호 장비를 들고 2~3시간씩 걸어간 후 작업에 임해야 하는 곳들이 있다. 올여름이 특히 더운 만큼 저녁이면 녹초가 된다”며 말벌집 제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간혹 말벌의 공격에 쏘일 때도 있고 탈진 직전까지 갈 때도 있지만, 소방관들은 오늘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벌집을 제거한다. 지난 7월 한 달간 대전소방서 법동 119안전센터에 신고된 벌집제거 접수는 무려 1853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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