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외면했던 자강도…충격적인 수해 참상 드러나 [뒷北뉴스]
북한이 최악의 수해를 입은 지도 이제 한 달이 되어 갑니다. 지난달 말 압록강 홍수로 중국과 국경을 맞댄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침수 피해 규모와 주민 구조 상황 등을 발 빠르게 밝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해 현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만 명이 넘는 수재민들을 평양에 불러 먹이고, 가르치고, 살뜰히 보살피는 장면도 공개했습니다.
한 달 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고무보트를 타고 신의주시의 침수 지역을 둘러보기도 했고, 의주군을 찾아가 수재민 텐트를 친히 방문하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어찌 보면 체면을 구긴 거라고도 볼 수 있는 재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파격적인 행보였습니다.
이런 파격은 평양에 도착한 수재민들을 맞이할 때 정점을 찍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밥을 먹거나, 수업받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고, 무더위 속에 선풍기 바람을 맞아가며 학용품을 나눠주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는 낯설기만 합니다. 인민을 자애롭게 보살피는 어버이같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표면적으로는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수해 이후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애써 골라서 보여준 이미지들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합니다. 몸무게 140kg으로 알려진 김정은 위원장의 몸집에 비해 너무나도 빈약해보이는 북한 주민들의 체구랄지,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에 최신형 '마이바흐'까지 싣고 와서 연설을 하는데 수재민들은 한여름 땡볕을 맞으며 맨바닥에 앉아있다든지 하는 모습들 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이 감추고 싶어 꽁꽁 숨겨뒀던 민낯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로 자강도입니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수해 상황과 관련해 "실제적 물적 피해가 많은 곳은 자강도로 분석된다"고 보고했습니다. 자강도에 군사시설이 밀집돼 있어 외부에 노출될까봐 김정은 위원장이 가지 않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북한 매체에서도 자강도와 관련해서는 구호 물자를 지원했다는 짤막한 소식만 내보냈고, 주민 일부가 물품을 받아가는 장면만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감추고 싶은 진실은 이랬습니다. 자강도의 피해 상황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위성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자강도 성간군 곳곳에선 주택과 건물 등이 수백 채씩 토사에 파묻혔습니다.
자강도 강계시의 강계선 철교도 일부가 물에 잠기는 등 도로 곳곳이 끊겼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가 심각한 데도 중장비가 현장에 진입하지 못해 사태 수습이 더뎌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어림잡아 사망자만 해도 천 명이 넘어가는데 심지어 시신 수습도 미처 다 하지 못해 무더위 속에 부패가 진행되면서 전염병 창궐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해가 '김정은 체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예상보다 더 클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지원도 거부한 채 피해 정도를 남한 언론이 날조하고 있다고 화살을 돌리면서, 연일 '자력 극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 규모로 볼 때 단기간에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란 겁니다. 피해 복구에 군대를 동원한다고 했는데, 이미 경제난의 돌파구로 사활을 걸었던 '지방발전 20x10' 계획에 대대적으로 군 인력을 투입한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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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기자 (ging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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