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고강도 긴축했지만…경기부양·저출생 대응 고민[재정 경고등①]

김동현 기자 2024. 8.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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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나라살림규모 677.4조…尹정부 출범 후 첫 재정준칙 사수
재량지출 최근 10년 가장 낮은 0.8% 증가…지출구조조정 총력
재정 역할 감소 우려↑…내수 활성화·저출생 대응에 대한 비판
[세종=뉴시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제공)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내년에도 예산 증가폭을 3% 내외로 묶었지만 통합재정수지는 25조원 넘게, 관리재정수지는 78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나라살림이 건전성을 위협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긴축적 재정운용에도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감세 정책이 원인으로 꼽힌다. 내년 국세수입이 17조원 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벌어 들이는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재정 건전성이 흔들린다는 분석이다.

만약 정부의 감세 조치가 없었다면 2025년 국세수입액은 400조원에 달했을 전망이다. 세수 증가분을 경기 부양 대책이나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에 보다 두텁게 지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각에선 감세와 긴축재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라살림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지출구조조정에 노력을 기울일 경우 저출생 대응 등 필요한 재정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뉴시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전년대비 20조8000억원(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내년 나라살림규모 677.4조…尹정부 출범 후 첫 재정준칙 사수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를 고수하며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올해보다 20조8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총 지출 증가율은 올해 2.8%에서 내년 3.2%로 소폭 증가했지만 내년에도 허리띠를 졸라맨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 있어 24조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3년 24조원, 2024년 23조원, 2025년 24조원 등 3년 연속 20조 이상 지출 구조조정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줄이며 재정준칙을 지켰다.

하지만 내년에도 총지출 규모가 총수입보다 많아 6년 연속 적자 예산안을 편성했다. 내년도 나라살림 적자 규모는 77조7000억원으로 올해 91조6000억원 대비 13조9000억원 줄어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내년 국세수입 규모는 올해보다 15조원 이상 늘어난 382조원으로 전망했다. '2025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 본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15조1000억원(4.1%) 증가한 382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세종=뉴시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제공)

재량지출 최근 10년 가장 낮은 0.8% 증가…지출구조조정 총력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의무지출은 365조6000억원, 재량지출은 311조8000억원이다. 이는 총지출 대비 각각 54.0%, 46.0% 수준으로 전년대비 증가율은 각각 5.2%, 0.8% 수준을 보였다.

재량지출 증가율 0.8%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2.6% 수준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얼마나 고강도 지출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였는 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무지출이 연평균 5.0%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재량지출을줄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재량지출을 틀어 막았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도 이런 상황은 반복될 수 있다. 내년도 국세수입은 382조4000억원으로 2022년 395조9000억원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2024년의 경상성장률이 4.6%, 3.3%, 5.5%를 기록했는데도 국세수입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수 부족 상황이 나타나고 있고 고정비 성격의 의무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가 23만명에 그쳤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출생아 수는 0.72명을 기록하며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전남·세종(0.97명)이 높고, 서울(0.55명)·부산(0.66명)이 낮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재정 역할 감소 우려↑…내수 활성화·저출생 대응에 대한 비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부의 재정 역할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를 부양하고 장기적으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몰입돼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침체가 본격화되며 내수 부진이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도 정부가 낙관론만 펼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다. 2년 연속 세수펑크가 유력한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반기 물가 안정,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가계 실질소득 증가로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저출생 대응과 관련한 재정 투입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예산을 올해보다 4.8% 늘어난 249조원으로 편성했는데 예산 증가율은 최근 10년 중 2023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250만원까지 상향하고 돌봄서비스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저출생 대응 예산에 19조7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인데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지적도 들린다.

저출생 대응을 위한 예산의 경우 인구전략기획부 출범 이후 예산 재구조화 작업을 다시 추진해야 하는데다 20조원 수준의 예산으로 저출생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2.6%인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안 재량지출이 0.8% 늘어난 것은 지출구조조정에 상당한 노력을 했다는 의미"라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를 하면 정부의 재정 역할이 감소해 재정의 책임성이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의 책임성을 훼손하면서 건전성을 추구하고자 노력했지만 국세수입 증가폭이 제한되면서 건전재정 달성에 실패했다"며 "국세 수입이 하락한 이유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조치 때문인데 내년도에만 17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감소하게 된다. 정부가 재정건전성과 감세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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