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벌어들인 '내 최애' 영화…팬덤 영화 시초는?

마아라 기자 2024. 8.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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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팬덤에 빠진 극장가③ 돈이 되는 콘서트 영화…글로벌 흥행 수익 수천억에 이르기도
[편집자주] 늘어난 OTT가입자, 비싸진 극장 관람료 탓에 관객들이 극장을 외면하는 시대다. 그러나 앞다퉈 극장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스타 팬덤'들이다. 스타를 주인공 삼아 만든 영화가 극장가의 새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영화계 팬덤 세계를 들여다봤다.

국내 원조 팬덤 영화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찐팬'이라면 내 스타가 나오는 영화를 놓칠 수 없다. N차 관람은 필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몇번이나 봤는지 인증하면서 '찐팬'을 입증한다. 극장은 찐팬 인증 현장이기도 하다.
최근 관객 가뭄에 시달리는 영화관은 '팬덤 영화'가 이끄는 모객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최애(가장 좋아하는 스타)'의 생생한 콘서트 현장에, 비하인드까지 담은 영화는 다시 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방탄소년단, 아이유, 임영웅 등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가수들뿐 아니라 테일러 스위프트 등 해외 가수들의 콘서트 역시 같은 이유로 각광받고 있다. 트렌드가 된 '팬덤 영화' 시초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팬덤 영화의 시초, 누구일까?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 공연 실황 영상 포스터 /사진=유니버셜 픽쳐스
팬을 타깃으로 한 콘서트 실황 영화를 선보인 첫 아티스트는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다. 이들은 1972년 폼페이에서 무관중 콘서트를 촬영한 1시간 분량의 영화로 그해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서 초연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영화는 기존 영화와 콘서트 영상을 결합하는 첫 시도였다. 그러나 60분의 짧은 상영시간은 영화가 아니라는 인식 속 극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는 등 잡음이 있었다. 이들은 추가 촬영본을 덧입혀 상영시간을 80분으로 조정해 이듬해 다시 개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74년 4월 미국에서도 개봉해 같은 해 10월까지 200만달러(한화 약 26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롤링스톤즈, U2, 마돈나 등 당대 수많은 팬을 보유한 가수와 밴드들이 콘서트 실황 영화를 연이어 선보이기 시작했다.

(왼쪽) 그룹 젝스키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세븐틴', (오른쪽) 그룹 H.O.T.가 주연을 맡은 영화 '평화의 시대' /사진=각 포스터

국내는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젝스키스와 H.O.T는 직접 연기에 도전해 각각 제작비 수십억원을 들인 '세븐틴'(1998), '평화의 시대'(2000)라는 영화를 내놨다. 국내 팬덤 영화의 시작이다.

'세븐틴'은 5만명대, '평화의 시대'는 2만명대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평화의 시대'는 3D로 제작해 무려 75억원을 들인 대작이었지만 장르를 알 수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이후 가수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 콘서트 실황이나 음반 제작 비하인드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편집해 영화로 만들기 시작했다. 서태지는 기존 DVD 제작만 해오던 콘서트 실황과 음반 제작기를 담은 영상을 2002년부터 극장에서 개봉하기 시작했다.
팬덤 영화, 얼마 벌어들일까?

글로벌 콘서트 실황 영화 역대 흥행작 순위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더 넘버스에 따르면 27일 기준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2023년 개봉한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로 5300만달러(한화 약 706억원)를 벌어들였다. 미국의 아이콘, 테일러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 투어'(2023)로 무려 2억6141달러(약 34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7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더 넘버스 기준 역대 콘서트 실황 영화 수익 1위다. dl 영화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공연/콘서트 영화'라는 주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2억6118만달러(약 3479억원), 국민 남동생 타이틀로 미국을 강타한 저스틴 비버의 '네버 세이 네버'가 9903만달러(약 1319억원)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4050 강타한 트로트 콘서트…극장가의 '매출 효자'

(왼쪽) 가수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오른쪽)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사진=각 포스터
최근 들어 국내 극장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는 트로트 스타의 콘서트 실황 영화다. 40~60세대들이 주력 팬덤 층인데, 이들은 과거 2002년 월드컵 당시 영화관에서 응원하고,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세대다. 영화관에서 함께 모여 콘서트를 관람하고 즐기는 데 익숙하다.

실제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콘서트는 가수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2023)이다.

2022년 1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임영웅의 전국 투어 앙코르 공연 현장을 담은 영화는 관객 수 25만여명을 동원하며 60억5971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2위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2019)이다.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답게 34만여명을 모객했다. 관람객 숫자로는 국내 팬덤 영화 중 최대다. 매출은 32억968만원을 기록했다.

매출 31억원을 기록한 '그대, 고맙소 : 김호중 생애 첫 팬 미팅 무비'(2020)가 3위, 각각 20.5억원과 20.3억원을 기록한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와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가 4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김호중의 인생은 뷰티풀: 비타돌체'(2022),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시네마'(2024), '미스터트롯: 더 무비'(2020),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2023), '2022 영탁 단독 콘서트 -탁쇼'(2023)가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마아라 기자 aradazz@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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