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예견된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못 한다니

김성아 기자 2024. 8. 3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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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낳은 괴물 '딥페이크']①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처벌 기준… "시청·제작·소지도 처벌해야"
[편집자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삶은 윤택해지고 편리해질 것으로만 생각했다. 관련 기술 활용이 늘고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기대는 우려가 됐다. AI로 사람의 얼굴 등을 합성에 가짜를 만드는 '딥페이크'가 대표적이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하나둘씩 만든 자극적인 영상과 이미지로 고통받는 이들은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촉구한다. 생활 속에 파고든 '딥페이크 성범죄'는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다. 더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인식 개선과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딥체이크 성범죄'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법조계와 정치계에선 딥페이크 영상물 소지자와 시청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양형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전국 대학생 연합 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뉴시스


각각 다른 사람의 얼굴과 신체를 합성해 음란물을 만든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가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퍼지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10대를 포함해 전 연령층에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어 피해 범위는 가늠조차 어렵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이번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는 수년 동안 반복돼 예견된 범죄라고 지적한다. 이에 딥페이크 영상물 소지자와 시청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판사에게 형량을 권고하는 양형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 즉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나체 사진 등 음란물을 합성하는 범죄가 성범죄로 처벌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2019년 아동·청소년 성 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으로 그 심각성이 알려져 2020년 6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허위 영상물 등의 반포(14조의2) 처벌 조항이 신설되면서 디지털 성범죄로 규정됐다.

날로 지능화하는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에는 현행 법에 한계가 있다. 불법 합성물을 제작하고 소지해도 '반포 등을 할 목적'이 없다고 하면 적발하더라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불법 촬영물과 다르게 불법 합성물은 단순 시청·제작·소지하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하지 못한다.

/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반복과 확산을 막기 위해선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확대를 위한 현행법 개정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퍼뜨린 '공급'만 처벌하지 말고 시청과 소지하는 '소비'에 대한 처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신종범죄다 보니 딥페이크 처벌과 관련한 법안 마련은 미비한 상황으로 현행법상 반포할 목적이 입증되지 않으면 불법 합성물 제작은 처벌이 어렵다"며 "반포할 목적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 잇따르고 수년 동안 딥페이크 성범죄가 반복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양형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대법원의 양형 기준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양형 기준은 판사가 피고인의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으로 판결 시 준수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020년 12월 확정한 양형 기준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 착취물 제작과 반포 시 기본 6개월에서 최대 1년 6개월까지 선고하게 돼 있다. 영리 목적 반포의 경우도 최대 4년이다. 불법 촬영물 등 실제 성 착취물 반포가 기본 1년에서 2년 6개월, 영리 목적 반포의 경우 최대 8년인 것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 28일 법원은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공범인 박 씨(28)에게 적용된 성폭력처벌법상 상습 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에 한참 못 미쳤다.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와 여·야 정치권도 뒤늦게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주문한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 총 7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 대부분은 허위 영상물을 구입·소지·시청·저장·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딥페이크 성범죄의 처벌기준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피해자의 인격을 파멸시키는 범죄 수준에 상응하게 불법 합성물 제작 행위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중·고등학생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보면 범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호기심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것인데 처벌 기준 강화를 통해 불법 합성물 제작·소지도 문제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정치권 대응이 대부분 '피해 예방'과 '재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입은 피해를 구제할수 있는 방안이 없어서다. 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딥페이크 합성물이 유포되지만 플랫폼별로 다른 삭제 절차 때문에 피해자들이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불법 게시물 삭제도 최소 2~3일 정도가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협의를 통해 빠른 시간에 시정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고 딥페이크 삭제에 미온적이거나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통일된 정보통신 가이드라인을 분명하고 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딥페이크를 판별하는 기술적 발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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