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도 반했던 '무지개 커브' 드디어 빛 봤다…'KKKKKK' 정현수 "오늘 하루는 편하게 자겠습니다"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오늘 하루만큼은 밥 많이 먹고 편하게 자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정현수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6차전 최종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82구,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를 통해 야구 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정현수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올 시즌에 앞서 1군 스프링캠프에 단 한 번도 합류하지 못했던 정현수는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훌륭한 성적을 바탕으로 지난 4월 11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1군 등판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당시 정현수는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아내지 못하고 1볼넷 1실점(1자책)으로 부진했다.
아쉬운 투구 속에 2군으로 내려간 정현수는 6월 23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첫 선발의 기회를 가졌는데, 2⅓이닝 3피안타 5사사구 1실점(1자책)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그리고 7월 콜업 때도 그다지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8월 첫 등판이었던 키움전에서는 달랐다. 당시 정현수는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간 이민석을 대신해 투입돼 3⅓이닝 동안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를 선보였다.
사령탑은 이튿날 "본 그대로 너무 잘 던졌다. 본인이 가진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온 것 같다. 최고의 피칭을 했다"고 극찬했다. 사실 김태형 감독은 정현수가 2군에서 2군 경기를 찾은 적도 있었다. 당시 정현수의 투구를 굉장히 좋게 봤지만, 1군의 부름을 받을 때면 부진을 거듭했다. 김태형 감독은 "2군 투구를 보고 공이 너무 좋아서 올렸는데, 그동안엔 그 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동안 좋은 보고가 계속 올라왔다. 구속도 144km까지 던졌었다. 그런데 1군에서는 구속도 137km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고, 2볼~3볼에서 시작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2군에서 던졌던 것이 그대로 나온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정현수에게 당연히 선발 등판 기회를 제공할 뜻을 밝혔는데, 직전 등판의 결과는 아쉬웠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3이닝 동안 5피안타 3사사구 4실점(3자책)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직후 김태형 감독은 정현수를 향해 따끔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30일 경기에 앞서서도 "얼마까지 던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점수를 주고, 안 주는 것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결국 경기 운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는 최고였다.
정현수는 정현수는 1회 이주형-김헤성-송성문으로 이어지는 키움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경기를 시작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최주환을 1루수 실책으로 내보내게 됐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정현수는 후속타자 변상권에게 땅볼을 유도해 선행 주자를 지워낸 뒤 김재현과 장재영에게 '위닝샷'으로 모두 120km 커브를 던져 연속 삼진을 솎아냈다. 그리고 정현수는 3회말 김병휘와 이주형에게도 삼진을 뽑아냈는데 모두 119km 커브를 바탕으로 '3구 삼진'을 바탕으로 무결점 투구를 이어갔다.
1군 무대를 밟은 이후 처음으로 4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현수는 김혜성을 중견수 뜬공, 송성문을 1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런데 이때 최주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완벽한 투구에 흠이 생겼다. 하지만 변상권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묶어내며 탄탄한 투구를 이어갔고, 5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병휘에게 첫 안타를 2루타로 허용했으나, 실점 없이 키움의 공격을 잠재우며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6회 진해수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교체됐고, 타선의 든든한 지원 속에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선수단은 정현수가 중계방송사 인터뷰만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정현수가 인터뷰를 마치자 모든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쏟아져 나와 정현수에게 축하 세례를 안겼다. 동료들의 축하에 흠뻑 젖은 정현수는 옷까지 갈아입고 나온 후에야 취재진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정현수는 "너무 춥다. 이정도로 추울 줄은 몰랐는데, 돔이라 더 추운 것 같다"고 고 말했다.
첫 승 소감은 어떨까. 그는 "야구를 처음 할 때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그 유니폼을 입고 데뷔 첫 승을 하고, 감격스러운 순간을 느끼니 너무나 기분이 좋다"며 "항상 부모님께서 '오늘을 믿자'고 말씀을 해 주신다.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잘하고 싶은 것은 모두가 같으나, 잘 맞아도 잡히고, 잘 안 맞았는데 안타가 되는 것들은 다 운이지 않나. 아까도 잘 맞는 타구들이 잡히면서 이닝을 끌고 가다 보니 승리까지 할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선발 투수의 경우 원정에서 첫 경기의 등판을 앞두고 있는 경우 전날 미리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정현수 또한 전날(29일) 선수단과 별도로 미리 서울에 도착했다. 하지만 팀이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야구를 하는 모습에 최대한 많은 이닝을 끌고 싶었다고. 그는 "어제 내가 9시에 도착을 했는데, 그때 경기가 4회초더라. 정말 늦게 끝날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12시가 넘었다. 정말 준비를 잘해서 최대한 긴 이닝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투구수가 여유 있었고, 워낙 좋은 투구를 펼쳤던 만큼 6회 투구가 욕심 나진 않았을까. 정현수는 "지난 등판에서는 커브가 많이 빠져서 투구수가 많았다. 그리고 경기 초반에 제구가 안 됐다. 그런데 오늘 투구수를 줄이고, 커브를 스트라이크로 많이 던질 생각을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6회 투구는) 투수라면 당연한 마음이다. 그런데 투수 코치님께서 '그만 던지자'라고 하셨다. 감독님 코치님만 믿고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정현수는 대학 시절부터 늘 긴장을 하면서 투구를 했던 유형이다. 하지만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을 때는 대학 시절과 다른 긴장이었다. 그는 "적응도 적응이지만, 대학교 때부터 긴장을 하면서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1군은 다르더라. 긴장을 하고 집중을 하면서도 '제발, 제발'하면서 던졌다. 당연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이제는 책임감을 가지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정현수는 "(손)성빈이가 '오늘은 공이 진짜 좋았다. 급해질 때는 확 급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다음에는 그런 걸 고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며 "오늘 하루만큼은 밥 많이 먹고 편하게 자겠다"고 함박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완벽했던 투구. 이로써 정현수는 9월에도 1군 엔트리에서 생존해 로테이션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졸 선수의 경우 '즉시전력감'으로 뽑는 경우 많은 가운데, 정현수는 롯데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 확실한 즉시전력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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