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맛집+관광지 조합 4

이성균 기자 2024. 8. 3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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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강원도 여행 시즌이다. 삼면이 바다인 국가라지만, 바다는 역시 동해다. 양양도 후보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하조대, 낙산, 죽도 등 명품 해수욕장이 있고, 낙산사, 휴휴암, 서피비치 등 관광지도 매력적이다. 이번에는 메이저 여행지는 아니고, 상대적으로 발길이 덜 닿는 곳과 근처 맛집들을 조합했다. 사실 포인트는 관광지보다 맛집이라는 걸 당부한다.

양양의 아침, 그리고 백반
동일식당 + 양양5일장

양양을 여행한다면 이왕 4, 9 숫자가 포함된 날을 추천한다. 양양시장의 규모가 천변까지 확장되는 5일장(4·9·14·19·24·29일)이 서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온갖 물건이 다 모이고, 인파도 몰려 구경할 맛이 난다. 여행자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릴 터. 양양, 그리고 강원도의 향긋함이 담긴 산나물튀김, 산나물전, 감자전과 막걸리에 눈길이 간다. 바다에 가기 전 사람 사는 냄새에 취할 것이다.

아침 식사는 양양5일장에서 해도 되고, 공영주차장 근처에 있는 백반집도 훌륭한 선택지다. 곰치국, 생선구이 등으로 유명한 동일식당이다. 일단 친절하다. 사장님 포함 종업원들이 사근사근하고, 호탕하다. 식당은 음식 맛만큼이나 서비스가 중요한데 절반은 성공했다.

메뉴는 곰치국(김치·지리), 생선구이, 황태해장국, 모두부, 생태당, 도루묵찌개 등이 있다. 3~4명이면 고민할 필요 없이 곰치국, 생선구이, 모두부 등을 조합해서 식사하면 된다. 생선구이는 1인분에 가자미를 포함해 3~4마리 생선과 밑반찬이 깔린다. 식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향긋한 산나물까지 더해지니 만족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송림을 보며 커피 한 잔
에센시아 + 낙산해변야영장

잔잔한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테이블에 커피 한 잔 두고, 바다든 산이든 감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양양에서는 낙산해변 야영장과 에센시아 조합이 썩 괜찮다. 에센시아는 단층 건물과 뒤뜰 정원으로 구성된 감각적인 카페다. 음료에도 공을 들인 태가 나는데,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콜드브루 등 커피 메뉴를 갖췄고, 계절 메뉴, 차, 셰이크 등 커피 외 음료도 있다. 게다가 어른들을 위한 하이볼과 진토닉도 있다.

카페에 앉으면 야트막하게 낙산해수욕장의 바다가 보이고, 정면으로 소나무가 우거진 숲도 있다. 향긋한 커피와 함께 양양의 자연을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이다. 입이 심심하면 마들렌과 파이, 쿠키 등을 곁들여도 괜찮다. 지금처럼 더운 여름에는 여행 중 이러한 휴식이 필요하다.

몸의 열기가 조금이라도 빠져나갔다면 송림을 걷고, 야영장에 자리를 깔아도 괜찮겠다. 화창한 날이라 유독 바다의 파란색도, 소나무의 초록색도 짙게 보인다. 어쩌면 이게 여름의 특권일지도.

젊은 사람은 이곳으로 온다던데
포이푸 + 죽도암

양양은 균형 잡힌 여행지다. MZ, 가족 누가 와도 괜찮을 정도로 다양한 여행지가 공존하고 있다. 구성원의 취향에 맞춰 일정을 계획할 수 있는 셈이다. 죽도해수욕장과 인구해수욕장 인근은 젊다. 호텔과 화려한 색감의 카페와 식당이 많고, 해변도 물놀이에 적합하다.

바다를 조망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모르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데, 일단 발을 들이면 쉽게 돌아오기 힘들다. 예쁜 정도에 반해 사람이 몰리지 않아 여유롭게 동해를 만끽할 수 있다. 죽도산 아랫자락에 자리한 사찰, 죽도암이 그 지점이다. 사찰을 지나면 해안산책로가 펼쳐지고,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에 깎인 기암괴석, 죽도정에 다다른다.

가벼운 산책 후에 허기가 몰려오거나 앉아서 쉬었다 가고 싶으면 포이푸로 향하면 된다. 브리드호텔 1층에 있는 펍 겸 카페인데 감각적으로 꾸며놨다. 식사 메뉴 중에서는 햄버거와 바비큐 플래터가 눈에 띄고, 맥주, 칵테일도 골고루 갖추고 있어 미국 해변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편하게 누워서 쉴 수 있는 빈백 좌석도 있다.

양양의 경양식
피노키오 + 양양향교

수도권 외 지역을 여행하면 그곳의 경양식이 궁금해진다.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 등 메뉴는 대체로 비슷한데, 지역마다 혹은 사장님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맛과 모양새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양양에서는 양양읍에 있는 수제 돈가스 전문점 피노키오가 떠올랐다. 현지인의 방문(포장도 다수)이 잦은 것도 선택하게 된 요인이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분위기의 공간은 아닌데 이것마저 정겹다.

메뉴는 단출하다. 수제돈가스, 치즈돈가스, 생선가스, 함박스테이크, 모둠 정식(돈가스+생선가스+함박스테이크) 다섯 가지다. 여행자라면 역시 모둠으로 골고루 맛보는 게 합리적이다. 얇은 돼지 등심에 적당한 두께의 튀김옷, 새콤달콤한 소스, 딱 옛날 맛이다.

식사 후에는 남대천을 걸어도 되고, 조금 이동하면 양양향교도 있다. 양양향교는 외딴섬처럼 중심지와는 떨어져 있지만, 여느 향교처럼 자연의 곁에 있다. 앞으로는 금수봉이, 배경으로는 동두산이 있어 자연의 품에 쏙 안긴 형국이다. 사실 주변에 뭐가 없어 꼭 가봐야 할 곳은 아니지만 양양의 옛 시간과 한적한 공간이 필요하다면 스쳐 지나가듯 들러도 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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