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중심’ 꿈꾼 청년들, 핀테크 왕국 세우다
PDA 센서로 돈 보내는 사업을 모색
머스크 ‘금융의 아마존’ X.com 창업
두 회사 곁가지로 키운 이메일 송금
이베이 옥션 인기 타고 급성장 불러
경쟁하다 독점위해 ‘페이팔’로 합병
유튜브·구글 등 페이팔 출신들 많아
정보기술 산업 막강한 영향력 발휘
부의 설계자들/ 지미 소니/ 박세연·임상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3만6000원
미국 잡지 포춘은 2007년 11월호에 페이팔 출신 동문의 결속력을 보도하면서 ‘페이팔 마피아’라는 제목을 단다.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맥스 레브친 등 페이팔을 만든 인물들이 현재 정보기술(IT) 산업에서 가진 영향력을 압축한 말이다.
페이팔은 두 기업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맥스 레브친과 피터 틸이 설립한 필드링크(콘피니티로 개명), 머스크가 차린 X.com(엑스닷컴)이 그 모태다. 페이팔의 역사를 알려면 이들이 스무살 안팎이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구소련 출신인 레브친은 교사의 권유로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분교(UIUC)로 진학한다. 대학에서 레브친은 나중에 페이팔의 핵심 인력이 되는 루크 노섹과 스콧 바니스터를 만난다. 졸업 후 캘리포니아로 날아간 레브친은 피터 틸의 강연을 들은 후 깊은 인상을 받아 인사를 나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8년 모바일 보안 회사인 필드링크 창립으로 이어진다. 레브친은 모바일 기기(PDA)인 팜파일럿의 보안에 관심이 있었다. 문제는 작은 시장 규모였다. 이들은 우연히 PDA의 적외선 센서로 서로 돈을 보내는 안을 떠올리고 사업 방향을 튼다.
머스크는 이 자금으로 예금, 대출, 주식, 보험 등이 모두 가능한 ‘금융 서비스의 아마존’을 꿈꾸며 X.com을 창업한다. 당시에도 머스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묘사가 실제보다 10배 큰” “미래를 가리키는 데 뛰어난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다.
1999년 봄, 콘피니티와 X.com의 사무실은 모두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 유니버시티 394번지에 있었다. 이들은 서로 상대회사가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머스크는 팜파일럿 자금 이체에 대해 ‘멍청한 짓이야. 금방 망할 거야’ 정도 입장이었다. 콘피니티는 X.com이 금융규제에 부딪혀 금방 좌초하리라 봤다.
두 회사를 현재의 페이팔로 키운 이메일 송금 방식은 곁가지로 시작됐다. 콘피니티에서는 밤늦게 토론을 벌이다 ‘만약 팜파일럿을 잃어버렸는데 돈을 송금해야 한다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레브친은 페이팔 웹사이트를 구축해서 이메일 주소로 돈을 보내는 안을 냈다. 이를 엄청난 발견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머스크의 관심사도 회사를 ‘금융의 슈퍼사이트’ ‘전 세계 모든 돈의 중심’으로 키우는 것이었다. 개인 간 결제는 이용자 확보 수단에 불과했고, 이메일 주소는 고유식별자 기능 정도로 여겼다.
1년 사이 인터넷이 급성장하며 이메일 결제는 두 회사의 핵심 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이베이 옥션’의 인기가 두 회사의 급성장을 불렀다. 콘피니티와 X.com은 이베이 판매자들이 자사의 이메일 결제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상황을 뒤늦게서야 발견했다.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까지 두 회사는 이베이에서 고객유치 전쟁을 벌였고 기진맥진했다. 인터넷 거품이 곧 꺼지리라는 예상, 네트워크 시장은 독점 기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이 논의됐다. X.com 최고경영자(CEO)로 5개월 일한 빌 해리스가 이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 합병 후에도 페이팔은 서로 다른 기업을 통합하느라 진통을 겪었다.
통합 기업의 CEO였던 머스크를 축출하는 과정은 장수가 성을 비운 사이 몰아내는 쿠데타처럼 흥미롭게 묘사된다. 2000년 직에서 물러난 머스크는 몇개월 후 지인을 만나 이렇게 말한다.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 거야.”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2년 5월 그는 스페이스X 설립 서류를 냈다. 콘피니티 멤버였던 피터 틸의 펀드에서 투자를 받고, 이 펀드의 루크 노섹이 스페이스X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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