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격의 날이었다' 알록달록 빛난 하루, 금·은·동 모두 명중[파리패럴림픽]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2 여자 10ｍ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은메달을 획득한 이윤리(맨 왼쪽)가 시상대에 올랐다. 대한장애인체육회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사격 대표팀이 알록달록 빛낸 하루였다.

사격 대표팀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레이스 첫날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한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과 첫 은메달, 첫 동메달을 모두 안긴 것. 이윤리(49·완도군청)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조정두(37·BDH파라스)가 첫 금맥을 캤고, 서훈태(39·코오롱)가 동메달까지 보탰다.

첫 메달의 주인공 이윤리는 대회 사격 R2 여자 10ｍ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6.8점을 쐈다.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 2위 아바니 레카라(인도)를 0.8점 차로 앞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듯했으나 마지막 발에서 10.9점 만점에 6.8점을 쏘면서 아쉽게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전까지 10.0점 아래로 쏘지 않다가 마지막 발에서 큰 실수를 했다.

경기 후 이윤리는 "마지막 발 쏠 때 오른쪽 무릎에 강직이 왔다"며 "2020 도쿄 대회에서도 강직 때문에 0점을 쏴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하필 마지막에 왔다"고 아쉬워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P1 남자 10ｍ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 금메달을 목에 건 조정두.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어 출전한 조정두(37·BDH파라스)가 첫 금메달을 안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조정두는 사격 P1 남자 10ｍ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37.4점을 쏴 마니쉬 나르왈(인도·234.9점)을 큰 점수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명중했다. 16발을 쏠 때까지는 3위를 달렸으나 이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경기를 뒤집었다.

복무 중이던 2007년 뇌척수막염을 진단받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척수 장애인이 된 조정두는 8년 동안 슈팅 게임에 매몰되는 등 은둔 생활을 하다가 사격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조정두는 "지난해 2월에 결혼한 아내와 다음 달에 태어나는 아기에게 기쁨을 전하고 싶다"며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은 엄청나게 다르더라. 많은 장애인이 용기를 갖고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4 혼성 10ｍ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2) 동메달을 획득한 서훈태가 로더를 맡은 어머니와 입장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 사격의 메달 획득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특전사 출신 명사수 서훈태(39·코오롱)는 사격 R4 혼성 10ｍ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2) 결선에서 총점 231.7점을 얻어 슬로베니아 고라즈드 티르섹(253.3점), 프랑스 탕기 포레스트 (253.1점)에 이어 3위를 기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훈태는 첫 10발 모두 10.4점 이상 기록하며 106.1점으로 1위에 올랐고 16발까지 1위를 지켰다. 그러나 18발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10.3점을 쏘면서 공동 2위로 내려갔고, 19발째에서도 10.3점을 기록하면서 3위가 됐다. 이후 티르섹, 포레스트를 추격하지 못하고 22번째 발에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특전사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서훈태는 2008년 낙상사고로 척수 장애인이 됐고, 탁구와 휠체어럭비 선수 생활을 하다가 사격으로 전향한 뒤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이제 사격은 내 첫 패럴림픽 출전과 메달을 따게 해준 종목이 됐다"며 "어머니는 로더로 함께 오셨지만, 아버지는 한국에 계신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사격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획득했다.

패럴림픽에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파리=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공동취재단 startjoy@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