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ASML 같은 ‘슈퍼 을 기업’ 후보 5곳 선정한다… “무제한 지원 방침”
올해 5개 내외로 소부장 기업 선정해 ‘슈퍼 을’ 기업으로 육성
최대한도 없이 기업이 원하는 지원금 선(先)제시
위원회가 기술의 시장성, 금액 정합성 평가해 지원
정부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수요기업(甲)보다 우위에 서는 공급기업, 이른바 ‘슈퍼 을(乙) 기업’이 될만한 후보를 선정해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며 오히려 우월한 위치에 있는 네덜란드의 ASML 같은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31일 “기존에는 기업을 지원할 때 연구개발(R&D) 예산 범위 내에서 한도를 정해 지원하는 식이었다면, 슈퍼 을 후보 기업으로 선정되는 중소·중견 기업에는 한도를 설정하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히든기업, 강소기업’ 등으로 부르며 지원했다”면서 “앞으로는 매출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소부장 중심 중견기업까지도 범위를 넓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사업 분야 ‘급소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면 어느 곳이나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슈퍼 을’ 후보가 되려는 중소·중견 기업이 성장 및 R&D 로드맵을 제출하면, 올해 4분기 중 ‘소부장 경쟁력 강화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기업이 제출하는 로드맵의 평가요소는 기술 독보성(시장성), 향후 예상 시장 규모, 지원 금액 적합성, 수요기업(고객) 타깃 목표, 기업 성장 목표 등이다.
산업부는 7년간 통합(선행-상용화-후속) 기술개발(R&D) 지원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 부여, 글로벌 특허·표준·인증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 5곳 내외의 기업을 선정하고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지원 기업 수를 늘릴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장비특화 기업인 ‘한미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 60% 정도인 ‘이오테크닉스’와 같은 소부장 기업들을 ‘슈퍼 을 기업’ 후보 예시로 꼽았다.
한미반도체가 생산하는 인공지능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필수 공정 장비인 TC본더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TC본더는 수직으로 쌓은 D램 메모리반도체를 열 압착을 통해 반도체 웨이퍼(원판) 위에 붙이는 장비다. 이오테크닉스는 반도체 칩 등 전자부품에 제조회사의 상표나 로고를 새기는 레이저마킹 장비를 생산하며 국내 95%, 세계 60%가량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여전히 2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장비 해외 의존율이 높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미 ‘슈퍼 을’의 위치에 올라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활발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정부는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제조업체인 ASML이 에인트호번 지역에 정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25억유로(약 3조7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EUV 노광 장비는 7nm(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다. ASML은 삼성전자와 TSMC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반도체 원판 위 불필요한 부분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반도체 식각 기술’을 소유한 칩 제조 장비 공급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와 램리서치(Lam Research)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는 반도체 중심 ‘미국 경쟁법’(America Competes Act)에 따른 지원을 받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 지원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대해 연구개발(R&D) 및 수출 등을 집중 지원해 ‘슈퍼 을 기업’이 늘어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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