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3.0]⑧ 명문대 중퇴하고 창업한 美 두 청년 “블록체인 간 상호작용 해야 혁신 탄생”

김태호 기자 2024. 8. 31.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생 블록체인 개발사 무브먼트 설립
페이스북이 개발한 무브 언어 사용해
향상된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개발
무브먼트 공동창업자 쿠퍼 스캔론(왼쪽)과 루시 만체(오른쪽). 두 창업자는 미국 명문 사립대 밴더빌트대에서 만나 대학을 중퇴한 뒤 블록체인 개발사 무브먼트를 설립했다. /무브먼트 제공
“모두가 고립된 시스템만 만든다면 블록체인의 미래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다리를 놓고 상호작용을 촉진해야 블록체인 생태계의 혁신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무브먼트가 무브 언어로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쿠퍼 스캔론(Cooper Scanlon·24)·루시 만체(Rushi Manche·21) 무브먼트 공동창업자는 최근 조선비즈와 서면 인터뷰에서 창업 포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들이 설립한 블록체인 개발사 무브먼트는 메타(옛 페이스북)가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 무브를 사용해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 메인넷을 만들겠다는 사업 목표를 내걸었다. 무브 언어로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를 만드는 시도는 무브먼트가 유일하다.

블록체인 메인넷은 가상자산과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을 만드는 네트워크를 뜻한다. 무브먼트의 목표인 레이어2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1세대 블록체인 메인넷보다 성능이 향상된 2세대 블록체인 메인넷을 뜻한다.

무브먼트는 무브 언어로 이더리움 기반 메인넷을 만든다면 각각의 장점만을 취한 결합형 메인넷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성 블록체인 개발사들은 이더리움 레이어2를 만들 때 이더리움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인 솔리디티를 쓰곤 했다. 무브 언어는 이 솔리디티보다 보안 및 효율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게 무브먼트의 설명이다. 무브먼트의 목표는 이더리움 기반 생태계의 확장성을 개선시키면서 동시에 무브 언어로 만들어진 다른 메인넷과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메인넷을 출시하는 것이다.

만체 창업자는 “무브 언어는 블록체인 개발 용도로 설계돼 무브 언어를 쓴다면 보안성과 효율성이 우수한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중 가장 큰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더리움의 풍부한 유동성 위에 확장성이 향상된 블록체인을 만드는 게 무브먼트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무브먼트 공동창업자 루시 만체. /무브먼트 제공

두 창업자는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인 밴더빌트대 출신이다. 둘은 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블록체인 기술에 매료돼 있던 서로를 알아봤고 급속도로 친해지며 함께 꾸리는 사업을 꿈꿨다. 스캔론 창업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더리움에 무브 언어를 접목하면 큰 혁신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함께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2022년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세웠다. 올해 4월엔 시리즈A를 통해 3800만달러(약 508억원) 투자금을 유치하며 글로벌 블록체인업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무브먼트는 블록체인 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은 물론 블록체인 개발사 앱토스의 투자도 받았다. 앱토스는 메타 출신 개발자들이 세운 기업으로 글로벌 블록체인 사용자 수 9위에 달하는 블록체인 메인넷을 출시한 곳이다.

만체 창업자는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해 “무브먼트의 사업 비전과 기술 잠재력을 인정받은 결과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금으로 무브먼트 조직을 키우고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이번 투자 유치 후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시장에서 무브먼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무브먼트는 지난 7월 테스트넷을 출시했다. 테스트넷은 블록체인 메인넷 출시 전 검증 목적으로 만드는 임시 네트워크다. 이 회사는 올해 말 자체 메인넷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두 창업자가 구상하는 무브먼트 메인넷의 성격은 ‘상생’이다. 경쟁에 몰두해 다른 메인넷의 이용자를 빼앗기보다, 다른 블록체인 메인넷과 협력해 블록체인 전체 생태계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만체 창업자는 “블록체인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협력이 필요한 생태계다”라며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인 무브를 사용하는 앱토스와 생태계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방안을 탐구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 교류 및 블록체인 간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앱토스와 협업하고 있다”며 “무브먼트가 추구하는 상호작용 블록체인 산업의 주요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브먼트 공동창업자 쿠퍼 스캔론. /무브먼트 제공

무브먼트는 상호작용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메인넷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다른 메인넷과 어떻게 차별화를 둘 것인지 묻자 스캔론 창업자는 “무브 언어를 활용하되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드는 첫 레이어2 메인넷”임을 강조했다. 그는 “무브먼트는 메인넷의 보안·효율성·확장성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무브 언어 자체가 가상자산 관리에 특화된 만큼 (다른 메인넷 보다) 금융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메인넷 출범 전이지만 몇몇 기업은 무브먼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무브먼트는 기업들로부터 메인넷 출시 후 1억6000만달러(약 2132억원)의 자산 유동성 지원을 약속받았다. 만체 창업자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여러 금융 기관이 우리의 기술 잠재력에 관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두 창업자는 한국 시장 진출에도 의지를 드러냈다. 스캔론 창업자는 “한국의 블록체인업계는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라며 “무브먼트는 한국에서 협력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 핀테크 산업이 고도화돼 있다”라며 “무브먼트 역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강점이 있으므로 관련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창업자는 오는 9월 열리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4 행사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 블록체인업계 개발자들과 만나며 사업 파트너를 찾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 시장의 규제와 문화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블록체인 메인넷이란

가상자산·가상자산 거래소 등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스마트 기기의 운영체제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이 구동되듯이 메인넷 위에서 블록체인 서비스인 탈중앙화 서비스 디앱(dApp)들이 구동된다.

☞쿠퍼 스캔론 무브먼트 공동창업자는

▲밴더빌트대 중퇴 ▲블룸버그 LP 인턴

☞루시 만체 무브먼트 공동창업자는

▲밴더빌트대 중퇴 ▲엔드코로나 개발자 ▲앤드이터 개발자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엔지니어 ▲앱토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