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해외법인 늘린 증권사 미래에셋뿐… 나머지는 “기존 진출국서 내실 다지는 중”

전준범 기자 2024. 8.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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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증권사 CEO에 “해외 진출 힘써달라”
금융위는 ‘금융산업 글로벌화 TF’ 꾸려 지원
이후 해외법인 늘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다른 증권사들 “기존 진출국서 존재감 강화”
“해외 진출과 투자 확대는 증권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글로벌화에도 힘써주십시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3월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독려했다. 이후 이 원장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CEO와 함께 해외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같은 시기 금융위원회도 ‘금융산업 글로벌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금융투자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그 후로 1년 반가량 흘렀다. 증권업계를 향한 금융당국의 주문은 효과를 봤을까.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9곳 중 정부 독려에 따라 해외법인이나 해외사무소를 늘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 곳이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신규 개척보다는 기존 진출국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아랫줄 왼쪽에서 5번째)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2023년 3월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증권사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주문했다. / 뉴스1

◇ 英·그리스 법인 추가한 미래에셋… 메리츠는 해외 진출 ‘0’

31일 조선비즈는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업계에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주문한 2023년 3월 대비 올해 상반기 기준 종투사 9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의 해외법인 또는 해외사무소 변화를 조사했다. 집계해 본 결과 1년 3개월 동안 해외 거점을 늘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 곳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 12개, 해외사무소 3개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3월 말과 비교하면 해외법인이 2개 증가했다. 늘어난 두 곳은 GHCO 영국과 GHCO 그리스다. 미래에셋증권은 런던법인을 통해 지난해 5월 유럽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조성(Market Making) 전문기업인 GHCO를 인수한 바 있다. 2005년 설립된 GHCO는 블랙록 등 글로벌 ETF 운용사와 2000여개 ETF 종목에 장내 유동성을 공급한다.

나머지 8개 증권사는 해외 거점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줄였다. 미래에셋증권 다음으로 해외법인·사무소가 많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해외법인 9개, 해외사무소 2개 등 총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과 한투 뒤를 NH(법인7·사무소1), KB(법인5·사무소1), 신한(법인5·사무소1), 삼성(법인3·사무소2), 하나(법인1·사무소0) 등이 따랐다. 지난해와 비교해 숫자에 변화는 없다.

키움증권의 해외법인 수는 작년 3월 3개에서 올해 6월 1개로 줄었다. 키움 측은 “시장 조사 등을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에 설립해 둔 특수목적법인(SPC)을 해외법인 숫자에 포함하다가 지난해 2분기부터 뺐다”며 “실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운영 중인 법인은 인도네시아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종투사 중 유일하게 해외 진출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래픽=손민균

◇ “당분간 해외 개척 계획은 없지만… 기존 진출국서 내실 다지는 중”

9개 증권사는 당분간 해외시장 진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해외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미래에셋증권조차도 현재 진행 중인 인도 쉐어칸 인수를 마무리하면 한동안은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수 늘리기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미 진출한 나라에서 자리를 더 확고하게 잡는 걸 목표로 한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비록 정부 독려에 부응하진 못했어도 기존 진출국에서 나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은 외국계 증권사 중 처음으로 ETF AP(지정참가회사)·LP(유동성공급자) 업무 자격을 취득해 현지 ETF 시장을 선점했고, NH투자증권은 7개 해외법인의 자기자본이 2019년 말 대비 95.9% 성장했다.

KB증권은 2022년 초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인수 전 1.19%이던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은 2023년 말 2.16%로 두 배가량 상승했다. 또 미래에셋증권 인도 법인의 리테일 고객 계좌 수는 올해 2월 100만개를 돌파한 후 약 3개월 만에 34% 증가한 134만1267개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가 해외시장 개척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종투사 10년 평가 및 한국형 IB의 발전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형 투자은행(IB)으로서 국내 종투사를 발전시키려면 국내 종투사의 강점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자본연은 “신남방 국가의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분야에 진출해 현지 소매 고객 니즈에 맞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매매 솔루션 제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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