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 위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아프리카 국가들이 해외에서 빌린 막대한 자금의 후폭풍이 거세다. 경제 발전을 위해 중국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경제적 충격으로 인해 부채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케냐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한 재정법안이 국회에서 과반 찬성을 받아 통과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간 세금이 붙지 않았던 빵과 금융서비스에 16%, 식용유에 25%의 소비세를 새롭게 부과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데, 이는 케냐의 청년층을 분노케 했다. 케냐의 Z세대(1997~2010년생) 시위대는 수도 나이로비에서 경찰의 저지선을 돌파해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다.
케냐 정부가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3%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케냐는 연간 정부 수입 중 무려 60%를 이자 갚는 데 써야 할 정도로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인프라를 건설한다면서 중국과 국제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려왔던 것이 후폭풍으로 다가온 것이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자, 케냐 정부는 재정법안을 철회하고 내각 개편을 단행했지만, 최근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서는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아프리카 전역의 국가들이 케냐와 같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개발은행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프리카의 외채(外債)는 1조1000억 달러(약 1469조원)를 돌파했고, 아프리카 내 20개 이상의 국가가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거나 그 위험에 처해있다. 또한 약 9억명의 사람들이 의료나 교육보다 이자 비용에 더 많은 예산을 할당하는 국가에 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그간 개발도상국에서는 과도한 채무가 익숙한 문제였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채무 규모와 외국 채권자 수가 급증한 적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돈을 빌려 구축했던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예상했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를 가진 대륙이지만, 채무로 인해 일자리 창출, 기후 변화 대응 등 필수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구가 2억2000만명에 달하는 나이지리아는 국민 40%가 극심한 빈곤 속에서 살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외국에서 빌린 부채는 400억 달러(약 53조원)로, 나이지리아 정부는 징수한 세수입의 33% 이상을 이자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얼마를 빌렸는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빌렸는지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에 돈을 많이 빌렸다. 아시아 국립엽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진행된 인프라 프로젝트 5건 중 1건은 중국이 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프로젝트 3건 중 1건은 중국 기업이 건설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맞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을 지원하며 세계 최대의 채권자로 변모했다”면서 “경제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채무 탕감을 해주는 대신 부채 상환일을 미루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빈곤국과 중소득 국가들에 민간 차입을 장려했다. 그러나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해당 국가들이 더 높은 비용으로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 결과, 개발을 위한 자금이 외국 채권자 상환에 사용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아프리카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글로벌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파리 경제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 정책 대화 이니셔티브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 사회가 아프리카의 채무 위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린 전환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고 이는 전 세계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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