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경제] 더위·폭우에 경작지 줄어든 美 콘벨트, 올해 농사에 경고등
미국 중서부 콘벨트(Corn Belt·옥수수 재배 지역)의 옥수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위성 영상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중서부의 폭염, 폭우가 옥수수 생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를 경작하는 농지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콘벨트는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전 세계 곡물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30일 인공위성 서비스기업 나라스페이스에 따르면 8월 미국 콘벨트를 촬영한 위성 영상으로 연말 옥수수 수확량을 예측한 결과 1헥타르(1만㎡)당 11.082t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 수확량인 1헥타르당 12.155t보다 1t가량 못 미치는 결과이다. 미 농무부(USDA)도 지난 14일(현지 시각) 이 지역의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헥타르당 11.928t으로 예측된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높은 기온에 폭우가 복병
콘벨트 지역은 미국 농업의 중심지로 한반도 면적의 2배에 이른다. 수평선을 따라 펼쳐진 광활한 평야에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매년 3억7000만t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옥수수가 생산된다. 미국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미국 농무부는 8~11월에 매달 옥수수와 대두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을 예측하는 보고서를 공개한다. 이 보고서는 농작물 거래 시장의 투자자와 각국 정부를 위한 유용한 투자 정보로 사용된다. 위성 영상 분석이 옥수수작황이 나쁘다고 예측되면 선물(先物) 시장에서 연말 수확할 옥수수를 대량으로 사전 구매해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도 지난해부터 독자적으로 콘벨트 지역의 예측 보고서를 공개해왔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미 아이오와주와 인디애나주, 일리노이주, 미네소타주 등 주요 옥수수 산지에서 모두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네소타주는 지난해보다 옥수수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며 미국 콘벨트에서 수확량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캔사스주와 미주리주를 제외하고 다른 주에서 모두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콘벨트 지역은 최근 더위와 폭우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미 중부는 평년보다 덥고 큰 비가 갑자기 내리는 일이 잦았다. 일부 지역에선 섭씨 38도에 가까운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옥수수는 평소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고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 늦여름 성장기 때의 더위는 옥수수 성장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친 더위는 식물 꽃가루의 생존력을 떨어뜨려 수확량에 영향을 준다.
옥수수 수확량은 강우량에도 영향을 받는다. 생육 초기에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옥수수의 뿌리 발달과 수분 흡수를 방해한다. 반면 7월 성장기 때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 수확량이 줄어든다. 올해는 미국 중서부에서 엘니뇨(태평양 동쪽 바닷물이 평년보다 더운 현상) 영향력이 줄어들고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 영향력이 커지는 해이다.
여기에 갑작스런 폭우에 따른 홍수도 옥수수를 위협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대 옥수수 생산지인 아이오와 북서부에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해 강 수위가 종전 최고 수위인 1993년보다 높아졌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옥수수 경작 면적도 줄었다. 미 농무부는 지난 7월 6일 미국 내 옥수수 경작지가 3%가량 줄었다는 보고서를 펴냈다.
◇윤작과 지력(地力)까지 반영한 AI 모델
작물의 수확량 예측에는 인공위성이 찍은 영상부터 날씨 정보, 과거의 작황 통계까지 다양한 정보가 사용된다. 이 중 지구 주변을 도는 지구관측 인공위성 영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위성에는 땅에서 반사된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포착하는 분광계라는 장치가 달려 있다. 건강한 식물은 엽록소가 파란색과 붉은색을 잘 흡수하고 근적외선을 잘 반사해서 초록색을 띤다. 건강하지 않은 식물은 붉은색을 잘 흡수하지 못해 갈색이나 노란색을 띤다. 건조한 토양은 수분 함량이 높은 흙보다 지표면에서 잘 반사된다. 식물의 상대적 분포량과 활동성, 입 면적 지수, 엽록소 함량, 광합성 흡수 복사량을 근거로 식생지수를 산출하는데 이 정보는 작물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옥수수의 작황과 수확량을 예측하는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10년간 위성영상과 기상자료, 토양자료, 작물 분류도 자료를 학습에 사용했다. 실제 콘벨트 옥수수 수확량과 비교한 결과에서 93%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올해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95%로 더 끌어올렸다. 새로운 모델은 작물의 생장 주기에 맞는 정보만 학습한 월별 모델이다. 미국의 옥수수는 4월부터 5월까지 파종하고 6월부터 8월까지 생장기를 거쳐 9월부터 11월 사이 거둬들인다.
어느 땅에 무엇을 심었는지 알려주는 작물 분류도도 개선했다. 콘벨트 지역의 농부들은 평소 한 농지에 계속 옥수수만 심지 않고 대두를 번갈아 키운다. 옥수수가 땅 속 질소를 많이 소비해 토양의 지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질소를 잘 붙잡아 두는 대두를 번갈아 심고 있다.
기존 예측모델들은 미 농무부가 제공한 콘벨트 지역의 작물 분류도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현장 데이터를 수집해 정확도는 높지만 이전 연도 정보만 제공된다. 어스페이퍼팀은 콘벨트 지역을 찍은 위성 영상과 함께 정보를 미처 수집하지 못한 해의 작물 분류도를 인공지능(AI)으로 얻는 데 성공했다. 어스페이퍼팀 관계자는 “월별 최적화와 작물 분류도를 개선하면서 옥수수 수확량 예측 모델의 정확도가 올라갔다”며 “미국 농무부에서 발표한 실제 옥수수 수확량과 유사한 결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량 예측은 투자 정보
미국은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1.9%를 공급한다. 전 세계 옥수수 무역량의 50~70%를 차지한다. 옥수수는 식품부터 산업 원료, 재생 가능 연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콘벨트 지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는 그만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마다 수급 상황에 따라 여러 산업의 공급, 가격, 생산 비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수확량 예측 정보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옥수수 가격은 정체돼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12월 옥수수 선물 가격은 2021년 부셀(약 27.2㎏)당 5.54달러에서 2022년 6.2달러, 지난해 4.9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28일 미 농무부의 분기별 재고 보고서가 나온 직후 올해 12월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셀당 4.2달러로 다시 내려앉았다. 29일 기준으로 3.62달러에 머물러 있다.
옥수수의 수확 시기 전까지는 변수인 날씨에 따라 수확량 예측값은 얼마든지 바뀔 가능성은 있다. 나라스페이스 측은 “옥수수 수확량 예측 리포트는 미국 농무부의 예측 리포트보다 최대 72시간 일찍 배포된다”며 “시장 참여자와 이해 관계자들이 예측 정보를 빠르게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저가 우주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은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위성이 활용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우주경제 시대를 맞아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를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보도에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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