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고르고 고르다 지친 당신을 위해’ 투썩 점퍼 카우 말벡

유진우 기자 2024. 8.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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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360억 병에 달하는 와인들이 새로 쏟아져 나온다. 우리나라 전 국민이 하루에 두 병씩 먹어야 겨우 사라질 만큼 많은 양이다.

무수히 많은 와인 가운데 본인 취향에 맞는 와인, 혹은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에 딱 맞는 단 한 병을 고르는 일은 어지간한 와인 애호가에게도 고역이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처럼 세계 와인 시장 흐름을 선도하는 국가들 역시 수십 년째 같은 고민을 반복했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부터 일반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와인 매장 앞에서 결정 장애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평론가들이 좋은 점수를 준 와인은 많은데 이상하게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은 막상 찾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그렇다고 가격만 보고 사자니, 비싼 와인이 과연 제값을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프랑스에서 그랑 크뤼(최고급 와인) 등급을 평가할 때,

실제 와인 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이사벨 사포르타, 비노 비즈니스(Vino business) 저자

2014년 프랑스 와인업계에서 기자 출신 와인 전문가 이사벨 사포르타가 쓴 책 ‘비노 비즈니스’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사포르타는 이른바 와인업계 일부 큰손들이 와인 등급 판정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에 가족 단위 소규모로 운영하던 와이너리들 대부분이 지금은 대형 투자자 손에 넘어갔다”며 “와인 등급 판정에 와이너리(양조장) 방문자용 주차장과 회의실이 얼마나 넓고 편한지, 건물 연식(年式)과 건축 기법 같은 말도 안 되는 기준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 와인 업계에서는 ‘과연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오갔다. 소비자들은 평론가들이 좋은 와인이라 극찬했던 와인이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했다. 일부 소비자는 복잡한 와인 대신 맥주 혹은 하이볼 같은 하드셀처(Hard Seltzer·도수가 낮은 탄산 주류)를 찾아 떠났다.

그래픽=손민균

30년 가까이 와인 업계에서 일한 네덜란드인 게르트-얀 반 아르켈과 포르투갈계 미국인 와인 양조가 마크 올리비에라(Marc Oliviera)는 와인에서 멀어지는 소비자를 붙잡으려면 맥주만큼 편한 와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미묘하고 복잡한 여운 대신 직관적으로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2011년 투썩 점퍼 와인즈를 열었다.

투썩 점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와이너리와 거리가 멀다. 보통 와이너리는 포도밭이나 양조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최소한 둘 중 하나라도 소유한 경우가 많다.

투썩 점퍼는 무(無)국적, 무규범 와인이다. 어느 한 곳에 포도밭이나 양조시설을 따로 두고 만들지 않는다. 아르켈과 올리비에라가 직접 전 세계를 떠돌면서 만든다. 이들은 각국을 돌며 주로 대형 판매망에 끼지 못해 산지 주변에서 알음알음 소비하는 와인을 찾는다. 이 가운데 맛이 뚜렷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와인을 골라 투썩 점퍼 이름으로 유통한다.

두 사람은 현재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유럽 권역부터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11개국에서 29개 종류 와인을 발굴했다. 이들 와인은 현재 40여 개국에서 팔린다.

투썩 점퍼는 겉면에 복잡한 정보를 싣지 않는다. 대신 빨간 겉옷(점퍼)을 입은 동물 그림을 넣었다. 동물은 와인을 만든 국가에 따라 바뀐다. 미국산 진판델 와인에는 들소가, 뉴질랜드산에는 소비뇽 블랑과 양이 그려진 식이다. 뒷면에는 어떤 음식이랑 어울리는지, 어떤 과일 향이 나는지 그림으로 표현했다.

투썩 점퍼 카우 말벡은 아르헨티나 초원에서 자란 수소가 그려진 와인이다. 이 와인은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 와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입사는 씨에스알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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