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차도 못 그만둬"…할머니, 유기견·유기묘 70마리 혼자 거뒀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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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70마리가 남들이 볼 땐 못생겼지만 나는 다 귀해. 소중해."
'밤나무길 사랑할머니'로도 잘 알려진 그는 30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오히려 '할머니가 유기 동물을 키운다'는 소문이 나자 집 앞에 자신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도 생기면서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사연을 접한 사람들 중 일부는 사료를 지원하거나 할머니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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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유기묘 70마리 거둬 30년째 홀로 돌봐
입양 쉽지않아…'사고친다' 이유로 파양되기도
[서울·천안=뉴시스]이수정 기자, 박수림 인턴기자 = "이 70마리가 남들이 볼 땐 못생겼지만 나는 다 귀해. 소중해."
지난 28일 찾은 충청남도 천안의 밤나무골. 33도까지 오른 무더위에 고양이들은 담벼락 그늘에 몸을 기댔고, 강아지들은 지친 듯 혀를 내밀며 헥헥거렸다. 박옥래(76) 할머니가 30년째 혼자 돌보고 있는 유기견·유기묘들이다.
더위를 식히려 견사 앞에 대형 선풍기 여러 대를 틀어뒀지만 정작 할머니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오른쪽 어깨에 파스를 붙이고, 한쪽 다리에 붕대를 감고서도 할머니는 "힘에 부치지만 그만둘 수 없다"고 울먹였다.
'밤나무길 사랑할머니'로도 잘 알려진 그는 30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당시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갈 곳 없는 강아지들의 밥을 챙겨주던 것이 어느덧 시간이 지나다 보니 70여 마리가 됐다.
총 11개의 견사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기견, 유기묘들을 할머니는 '자식'으로 표현했다. 냉장고에는 언젠가부터 반찬 대신 강아지, 고양이 사료가 가득 찼다. 심장병이 있는 강아지, 물에 떠내려가던 것을 발견하고 구조해 온 고양이, 주인에게 학대를 당하다 버려진 강아지 등 사연도 다양하다.
할머니가 거둔 강아지·고양이처럼 매년 유실·유기되는 동물 수는 매년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2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실·유기 동물 구조 건수는 2022년 11만3440마리, 2023년 11만3072마리를 기록하고 있다.
구조된 후 자연사하거나 인도적 처리되는 개체 수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3만1238마리가 자연사했으며, 2만356마리가 인도적 처리됐다. 이중 새로운 주인을 찾아 입양되는 경우는 2만7343마리 정도다.
그러나 이후 파양 등 양육 포기를 고려하는 이들도 있어, 실질적인 유기동물 입양 건수는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반려견을 입양한 이들 10명 중 2명(18.2%)은 양육 포기를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로는 '짖음 등 행동문제'가 45.7%로 가장 높았으며, '예상 외 지출이 과다해서'가 40.2%로 뒤를 이었다.
할머니 역시 입양을 여러 차례 시도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입양을 갔다 돌아온 강아지 '철수'도 그중 하나다. 철수는 입양 후 사고를 친다는 이유로 돌려보내졌다. 할머니는 그 뒤로 "입양도 꺼려진다"고 했다.
오히려 '할머니가 유기 동물을 키운다'는 소문이 나자 집 앞에 자신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도 생기면서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몇 년 전부터는 SNS를 통해 받은 후원으로 돌봄을 간신히 이어나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할머니가 2017년부터 운영해온 SNS 계정의 팔로워 수는 어느덧 1.2만에 달한다. 이들이 보내준 후원금은 대부분 사료나 몸이 좋지 않은 강아지, 고양이의 수술을 시키는 데 쓰였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지금도 몸이 좋지 않은 강아지와 고양이 약은 메모를 해둔 뒤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사연을 접한 사람들 중 일부는 사료를 지원하거나 할머니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기도 한다. 박 할머니는 "엊그저께는 (봉사자) 5명이 다녀가서 너무 좋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할머니는 체력이 뒷받침해줄 때까지 이 일을 할 생각이다. SNS를 통한 응원도 큰 힘이다.
박 할머니는 "내 나이가 여든이 다 됐다. 내 나이에 (SNS)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다행"이라며 "지금은 그만둘 수 없다. 처음에 사랑을 많이 받지 않았냐. 내 눈에는 다 귀한 아이들"이라고 말을 줄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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