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도, '아미'도 몰려간 이곳…극장계 희망됐다

차유채 기자 2024. 8.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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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팬덤에 빠진 극장가 ①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OTT 가입자, 비싸진 극장 관람료 탓에 관객들이 극장을 외면하는 시대다. 그러나 앞다퉈 극장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스타 팬덤'들이다. 스타를 주인공 삼아 만든 영화가 극장가의 새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영화계 팬덤 세계를 들여다봤다.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스틸컷 /사진=CGV
"CGV앱 계속 튕기고 콘서트도 아닌데 무한 준비 중…임영웅 영화 예매하기 힘들었다", "누구나 즐기는 축제", "콘(콘서트) 못 보신 분 모두 모두 모여봐요", "팬이라서 행복해."

영화관에 몰려온 영웅시대(임영웅 팬덤명) 때문에 극장들이 신났다. 지난 28일 개봉한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공개 첫 날 4만9725명의 관객 수를 불러모은데 이어 이튿날까지 누적 관객수 7만4024명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지난 29일까지 21억1525만원이다. 개봉 이틀 만에 영화 매출액 1위를 차지했다.

영웅시대뿐만이 아니다.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명), 블링크(블랙핑크 팬덤명) 등 이 시대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들의 팬덤이 극장가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것은 팬덤을 타깃한 콘서트 실황 영화들이다. 코로나19 이후 관객 가뭄에 시달리는 영화관 업계에 팬덤을 겨냥한 콘서트 실황 영화가 한 줄기 빛으로 떠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극장에서 개봉한 콘서트 실황 영화는 총 39편에 달한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8편의 영화가 개봉된 것과 비교하면 거의 5배다.

콘서트 실황 영화 연도별 개봉 추이/그래픽=윤선정

관객 숫자도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 콘서트 실황 영화 관객수는 9년간 약 45만명에 그쳤으나, 코로나19 이후 5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콘서트 실황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104만명을 넘어섰다.

팬덤을 겨냥한 콘서트 실황 영화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콘서트 현장의 열기가 극장으로 옮겨진 모양새다. 극장업계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전체 관객 수와 매출액이 전년 대비 70% 넘게 급락하는 악몽을 맛봤다. 당시 기록한 연간 상영관 매출은 5100억여원으로 2005년 이후 최저치였다.

이때 개봉한 3편의 팬덤 타깃 콘서트 실황 영화(아이즈원, 김호중, 미스터트롯)는 코로나19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와중에도 29만명 이상 관객을 끌어모았다. 코로나19 상황이었던 만큼 영화를 예매했다가 취소하는 일도 잦았지만, 팬덤에 기반한 충성도 높은 관객층은 높은 좌석 점유율을 유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지만 관객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중 넷플릭스, 왓챠 등 OTT(온라인스트리밍플랫폼)로 관객을 빼앗긴 와중에 극장들은 손실을 메우겠다며 티켓값을 올리며 자충수를 뒀다.

이런 상황에서 충성도 높은 팬덤을 겨냥한 콘서트 실황 영화에 극장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특히 막대한 자금을 들여 조성한 아이맥스, 3D, 스크린X, 광음시네마 등 특수 상영관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도 좋다.

기획사도 흐뭇하긴 마찬가지다. 기존 콘서트를 재활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팬들도 반긴다. '최애 가수'의 콘서트를 놓친 아쉬움을 뛰어난 음향을 갖춘 극장에서 달랠 수 있다.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스틸컷 /사진=CGV

팬덤의 힘에 주목한 극장업계는 콘서트 실황 영화를 앞다퉈 유치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 2020년 공연/뮤지컬 영화를 담당하는 'ICECON'(아이스콘) 사업부를 신설, 인원을 늘리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2022년부터 컬처 프로젝트 '롯시플'을 통해 공연 실황 등 대안콘텐츠를 확대 중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콘서트 실황 영화는 음향 효과 등으로 공연에 준하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극장을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준다"며 "팬덤에게 있어서 새로운 문화이자 트렌드가 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장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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