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함경아·마이클 주 개인전…"'삼청 나이트' 함께 해요"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4. 8.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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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제갤러리는 함경아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 언론공개회를 30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1, K3 및 한옥에서 갖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08.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제갤러리는 세계적인 미술화상과 컬렉터들이 집결하는 '키아프 프리즈'(9.4~8)기간에 맞춰 '자수 작가' 함경아와 '설치 미술가' 마이클 주를 내세웠다. VIP를 초대, 늦은 밤까지 문을 열고 파티하는 '삼청 나이트'에 참여, 두 작가의 작업세계를 알린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K1, K3, 한옥에 함경아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전을 2곳에서 열고, K2전시장에서 마이클 주의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을 선보인다.

30일 개막한 두 전시는 동시대 세계의 숨겨진 연결망을 환기하고 비가시적인 관계를 추상적인 초상으로 드러낸다. 북한 자수인과 연결되어 자수 작품을 선보여온 함경아는 남북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키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마이클 주는 '한국의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울 수 없는 한국인 유전자라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함경아 작가가 30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1, K3 및 한옥에서 열린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신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8.30. pak7130@newsis.com

함경아 '유령 그리고 지도'

'유령 그리고 지도'로 개인전을 연 함경아는 자신이 바라보고 경험하는 오늘날의 사회를 3개의 전시로 소개한다.

‘유령’은 함경아의 작업 세계관이다. 2008년부터 북한 자수인들과 협업해 선보인 자수 작품으로 화제가 된 그는 누가 했는지도 모른 채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러다 2018년 이후 북한과 연결이 끊어졌다고 했다.

K1 전시장에 선보인 ‘자수 프로젝트’는 기다림의 미학이 녹아있다. 2018년 이전, 그 이전에 주문했던 작품으로 언제 올지 모르는 기다림속에 예고 없이 나타나 만들어진 작품이다. 경계로 분절된 남북한 상황 속에서도 등장한 작품은 동시대 연결된 감각을 찬란하게 보여준다.

작업은 지난하게 진행된다. 함경아가 자수 도안을 디자인해 중개인에 건네면 그 도안이 북한에 넘어간다. 그곳 수공예 노동자들에게 전달되어 예측할 수도 없는 시간과 함께 '자수화'가 돌아온다. 제3자를 통해 다시 작가에게 건네진 '자수화'는 드디어 작품이 된다.

함경아는 자수 파편들을 갈무리하고 자신이 그 위에 손수 자수를 더해 캔버스에 엮는다. 작품 제목에 기다림의 미학 흔적이 담겼다. 작업자 한 명당 1400시간을 썼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노동 시간이 기입됐다. 거친 환경 속에 보드랍게 마감한 익명의 자수 작업자들의 육체 노동이 각인되어 있다.

작가는 "애초에 작품이 완성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고 남북한 정세에 따라 작품 제작이 기약 없이 유예 되는 등 불확실성이 이 자수 작업에 전제 된 기본 진행 논리지만, '슬프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현재 '함경아 자수 작업'은 폐점도 아닌 개점 휴업 상태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고 북한과의 연결이 끊긴 시점이다. 한 땀 한 땀 손길로 누빈, 누가 했는지도 모를 유령 같은 작업을 하다 멈춰진 그는 과연 무엇이 진정한 실체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디지털 화 세상 속 감정은 더 원시적으로 증폭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다. K3관에 선보인 리본테이프로 엮은 작품들이 나온 배경이다. 컴퓨터 화면 같은 바탕에 색색의 리본의 미친 듯한 움직임은 작가의 혼란한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제갤러리는 마이클 주(Michael Joo)의 개인전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 기자간담회를 30일 서울 중구 국제갤러리 K2에서 갖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08.30. pak7130@newsis.com

마이클 주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

K2에 펼친 마이클 주 전시는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이라는 타이틀처럼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보여준다.

마치 사람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서 있는 듯한 작품(Mediator (redux))은 40년 된 사연이 있다. 1980년대에 그의 가족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갈 때 가져갔던 이불이라고 한다. 이 형상은 1974년 요셉 보이스의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퍼포먼스 중 조각적 형상을 차용했다. 마이클 주는 자신의 개인사가 담긴 퀼트 천(이불)을 입히고 전선과 케이블로 만든 옥수수 수염을 뻗어 나오게 했다. 이불을 뒤집어 쓴 형상이 입을 통해 뿜어내는 케이블과 코드가 작품 사이를 연결하면서 조용한 속삭임을 전하는 분위기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여덟 개의 〈Cosms (Catalunya 1-8)〉(2016-2024)는 지질과 광물, 장소성과 장소 이동에 대한 탐구로서 이번 전시 전체에 흐르는 고고학적인 맥락을 강조한다.

(Yeongjiboseot 1-3)〉(2024)에서는 탄화 버섯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일명 빈초탄이라 불리는 흰 숯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땅 속에서 균사체 네트워크를 형성해 식물 뿌리와 공생관계를 맺는 균류는 보이지 않는 저변의 연결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마이클 주(Michael Joo) 작가가 개인전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 기자간담회가 열린 30일 서울 중구 국제갤러리 K2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24.08.30. pak7130@newsis.com


마이클 주는 1966년 미국 뉴욕 이타카에서 태어나, 1991년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현재 미대륙과 아시아를 오가며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서도호와 함께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화제를 모았다. 현재 예일대학교 조소과와 컬럼비아 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선임 비평(Senior Critic) 및 멘토를 겸하고 있다. 9월 LA 해머미술관, 10월 뉴욕 실버렌즈 갤러리, 11월 뉴욕 휘트니미술관 단체전에 참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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