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수술·마취 등 3000개 수가 올린다··· 의사 수급추계 논의기구는 연내 출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5년간 2조
4개 지역에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의료인력 수급추계 논의기구 연내 출범
"합리적 근거 제시땐 2026년 정원 논의"
비급여개혁, 진료면허제 등 이번에 빠져
의협 "특위 논의, '거대한 공수표'" 싸늘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의료 행위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던 중증 수술과 마취 등 3000여 개 분야의 건강보험 수가를 2027년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응급·소아·분만 등 더 큰 노력이 들어가는 6대 분야에 대한 보상을 우선 강화하고 응급 진료·대기 등 24시간 진료에 대한 건보 보상도 신설한다. 이와 함께 ‘빅5’ 등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비율을 현재 50%에서 70%까지 조정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제6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 개혁 제1차 실행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윤석열 정부가 2027년까지 추진할 의료 개혁 로드맵의 첫 단추다. 의료개혁특위는 올해 4월 출범 이후 수차례 논의 끝에 중증 수술 보상 강화 등 필수·지역의료 강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전공의 등 수련의 지원 및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 개혁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필수·지역의료의 붕괴 위기 속에 초고령사회 전환을 목전에 둔 지금은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와 질적 성숙을 견인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 증원이 마무리됐다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선언과 이번 1차 실행 방안 발표를 기점으로 의료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발 기류가 거센 데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비급여 혼합 진료 규제 등 민감한 이슈가 기다리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수십 년간 이어온 전공의 수련 체계를 혁신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만 3922억 원을 투입하는 등 5년간 2조 원을 투자한다. 전공의 수련 수당 외에 수련을 지원하는 예산만 올해 35억 원에서 내년도 3130억 원으로 90배나 늘렸다. 또한 전공의 지도를 담당하는 지도전문의가 업무 시간을 할애해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8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당을 주는 동시에 전공의가 병원 업무에 과도하게 투입되지 않고 지도전문의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도 지역 국립대병원에 2000억원 가까이 투입하는 등 5년간 2조 5000억 원을 지원한다. 필수진료를 골든아워 내 수행할 수 있도록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에 각각 1200억 원, 1000억 원을 지원한다. 공공병원에는 운영비 62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내년에 4개 지역, 8개 진료 과목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시범 도입한다. 정부는 장기 근무 조건으로 월 400만 원의 지역 근무 수당과 해외 연수 기회 등을 제공한다.
2027년까지 단계적 수가 정상화 계획도 제시했다. 우선 하반기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실시되는 췌장암 등 중증 수술 800여 개의 수가를 올리고 내년 상반기 중 소화기암 등 중증 수술 1000개의 수가를 대폭 인상한다. 이어 저보상된 의료 행위 3000개의 수가를 원가 수준으로 올리는 동시에 보상이 과도한 검체·영상 등에는 균형 수가로 맞추는 등 전면 조정안을 내년까지 마련해 2027년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의료 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 기구를 연내 출범시키기로 했다. 논의 기구는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와 직종별 자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되며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의사 결정 기구에서 인력 정책을 결정한다. 추계 대상은 의사·간호사부터 시작해 치과의사·한의사·약사 등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특위는 이 과정에서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내놓을 경우 2026년 의대 정원 규모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료계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수급 추계 논의 기구에 참여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의 경우 참여하는 병원은 중증 환자 비중을 3년 내 70%까지 상향하거나 현행 비중보다 50% 이상 높여야 한다. 또한 서울의 경우 전체 허가 병상이 1500병상 이상인 병원은 일반 병상을 15%, 그 외 상급종합병원은 10%까지 감축해야 한다. 대신 입원료와 중환자실 수가는 50% 수준으로 인상하고 중증 수술과 마취 수가도 올려주기로 했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해 의료진이 사고를 설명하며 나온 유감 또는 사과 표현은 향후 수사·재판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도록 했다.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일정 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진료면허제 등은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비급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은 향후 전문위와 의료계, 보험 업계, 환자·소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연말까지 실행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면허제는 수련병원 역량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해 내년 3차 실행 방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계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가 관건이다. 당장 의료 인력 수급 추계를 위한 논의 기구에 의료계 직역 대표를 참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의협은 이날 정부의 의료 개혁 실행 방안이 ‘거대한 공수표’라며 2026년 의대 정원 등 의료 개혁 논의를 일절 보이콧한다고 밝혔다. 채동영 의협 공보이사는 “정부가 의료계 참여를 원한다면 단일안을 가져오라고 할 게 아니라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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