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윤·한 충돌 6전 전패, 윤 대통령과 싸울수록 뜨는 한동훈

은현탁 기자 2024. 8. 3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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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와 인사 뒤 행사장 떠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강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벌써 6번째 윤·한 충돌인데 지금까지 한 대표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승자인 윤 대통령은 고립되고, 패자인 한 대표는 빛이 나고 있습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결국 시간은 미래권력의 편입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지금까지의 윤·한 갈등을 총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정 갈등 최악으로 치달아

한동훈 대표가 의대 증원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한 이후 당정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30일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을 연기했고, 윤 대통령은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불참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날 연찬회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는데요.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의료 개혁 추진 계획을 보고했지만 한 대표는 보고 직전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정부의 보고에는 한 대표의 '의대증원 유예안'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조규홍 장관은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하나하나 보면 과장된 게 많다. 응급실 붕괴 같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비공개 질의응답에서는 장관들과 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이주호 부총리는 "6개월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친한계 고동진 의원은 "의사가 싸움 대상이냐"며 반박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응급실이 붕괴되고 있는데도 정부와 대통령실의 상황 인식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데요. 윤 대통령은 29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의료 현장을 한 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특히 지역의 종합병원을 가 보라"면서 "여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비상 진료 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습니다.

◇의료정책 불신, 윤 지지율도 추락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쳤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전국 성인 1002명(무선 전화면접)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물은 결과 긍정 평가 23%, 부정평가 66%로 나타났습니다. 긍정평가는 전주에 비해 4%p 하락했고, 지난 4월 말 21%를 기록한 이후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로 낮습니다.

긍정 평가자의 5%, 부정평가자의 8%가 평가 이유로 의대 증원 확대를 들었는데요. 이는 의대 증원을 이유로 윤 대통령을 긍정평가한 응답자는 12명, 부정평가한 응답자는 53명이라는 말입니다. 의대 증원이 올초만 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료=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자료=한국갤럽 제공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두 사람의 충돌은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발생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이종섭 전 호주 대사 출국과 황상무 수석 발언, 김 여사 문자 논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꼴 윤·한 정면충돌

①1차 윤·한 갈등-첫 번째 충돌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이 발단이 됐습니다. 당시 한 비대위원장의 측근인 김경률 비대위원이 지난 1월 17일 김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라고 말했고, 한 위원장도 바로 다음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윤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죠. 하지만 한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②2차 윤·한 갈등-두 번째 충돌은 이종섭 전 호주 대사의 출국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이 발단입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자 한 위원장은 지난 3월 17일 두 사람의 거취를 결단할 것을 요구했고, 대통령실이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을 키웠습니다. 대통령실은 사흘 뒤 황 수석의 사퇴와 이 대사의 귀국을 발표했고, 결국 이 대사도 사퇴했습니다.

③3차 윤·한 갈등-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빚었습니다. 대통령실은 '2000명 증원'을 고집한 반면 한 위원장은 지난 3월 27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2000명 증원을 고수했고,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지원유세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아 '불통' 이미지만 키웠습니다.

인사말 하는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④4차 윤·한 갈등-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으로 또다시 충돌합니다. 지난 7월 4일 자 CBS라디오의 보도가 발단이 됐는데요. 지난 1월 중순 김 여사가 명품백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의향'이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한 위원장에게 5번이나 보냈지만 읽고도 모른 척했다는 내용입니다. 친윤 대표주자로 나선 원희룡 후보는 '총선 고의 패배' 의혹까지 제기했고, 나경원 후보는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었는데 사실상의 해당 행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⑤5차 윤·한 갈등-한 대표 취임 2주 후 김경수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 특사명단에 포함되면서 발생했습니다. 한 대표가 대놓고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했고, 당 게시판에는 1만 개가 넘는 항의 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복권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면서도 "다만 이미 결정된 것이기에 더 이상 언급하진 않겠다"면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⑥6차 윤·한 갈등-의대 증원과 관련한 두 번째 정면충돌인데요.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실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보류해 달라는 제안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제안을 곧바로 거부했고, 그러면서 두 사람의 만찬도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갑자기 연기됐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유예안은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굉장히 실현가능성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지난 30일 국민의힘 연찬회 폐회식 후 "민심이 다른 내용들이 많을 경우에는 그걸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 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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