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체인저' 유진선 의장 "'정치'는 더 인간다움을 위한 타인과의 동행"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2024. 8. 3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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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 인터뷰]
활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발자취
"지역사회 변화 위해 제도권 뛰어들어"
예산 감시 집중…핵심 성과 '혈세 절감'
"지방의회가 현안 풀어낼 열쇠는 조례"
지방의회 자정 기능·역량 강화에 총력
"2년 뒤엔 내려놓기, 회고록 만들 것"
지난 21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유진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 모습. 용인특례시의회 제공

'정치'는 꿈도 꾸지 않았다. 경력단절 여성에서 시민활동가로 변신한 것도 단지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하는 게 좋아서였다.

"81학번으로 5공화국 출범 직후 투쟁에 참여하면서도 앞줄에 서진 않았어요. 그래도 힘을 합치면 시대를 바꿀 수 있다는 건 배웠죠. 이렇다 할 단체 하나 없던 용인에 시민들 목소리를 내줄 뿌리를 내려 보자는 심정으로 뛰어든 겁니다."

용인특례시의회 유진선(61·더불어민주당) 의장은 정치를 몰랐던 시절 정치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연대의 힘'에 주목했다. 영어마을 반대부터 경전철 사태에 대한 주민소송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연대의 효능감을 체화했다.

"김대중 정권 때 의제21에 이어 노무현 정권 들어서면서 예산감시, 권력감시하는 시민단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우리 지역에도 만들어 보자는 뜻이 모아졌습니다. 그렇게 촉발된 용인 시민들의 사회참여가 지역을 바꾸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정치'를 "인간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되는 여정이고, 이를 위해 누군가와 동행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 유 의장은 직접 '호랑이 굴'로 뛰어들었다. 시민들과 함께, 시민들이 부여한 권한으로 용인을 바꿔온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는 3선 중진이자 용인시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이다.

C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유 의장. 용인특례시의회 제공


유 의장은 지난 2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과 함께 현장에 뛰어들어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바꾸는 정치'를 위해 계속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여전사에서…'끈질긴 정치인'으로 변신

시민사회에서 유 의장은 '여전사'로 불렸다. 용인 경전철 사태가 계기였다. 10여 년 전 잘못된 수요예측 등으로 지자체가 민간 운영사에 혈세를 쏟아 붓게 된 데 대해 사상 초유의 1조원 대 주민소송에 총대를 멨다. 무책임 행정에 대한 분노와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자각이었다.

용인 경전철 주민소송은 2013년 10월 기존 수요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사업자에게 시가 보전금 등으로 재정난에 빠지게 됐다며, 건립사업 추진 당시 시장과 정책보좌관을 상대로 시가 1조 23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내용이다.

1·2심 재판부는 대부분 청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020년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재판이 재개돼 올해 2월 서울고법은 현 용인시장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 등에게 214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유 의장은 "처음엔 성공 가능성이 0.1%도 안 된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었지만, 경각심이라도 갖게 하자는 의도로 변호사들에게 대응 전략을 배워가면서 매달렸다"며 "더 많은 시민들의 서명을 받으려 이사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절실함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 간절함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영입 제안을 받을 때마다 거절했었는데, 주민소송에서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제도권으로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현실적인 성과를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을 위해 조직을 이끈 경험이 정치적 자양분이 된 셈이다.

유 의장은 "고등학교 때 반장 한번 안 해봤는데, 지금은 끈질기다는 소문이 나 있다"며 "선택에 따라 집중하는 성향이 지금의 정치인 유진선을 만든 것 같다"고 자평했다.

행정 감시로 800억 절감, 지역현안 '열쇠'는 조례

용인특례시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특례시의회 제공

정치인으로서 첫째는 '시민 삶'에 직결되는 성과다. 특히 예산 감시에 진심이다. 시민사회 리더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예산 낭비를 막아 다수 이익을 챙기느냐가 늘 화두였다.

주민소송 과정에서처럼 그는 용인시의 예산 낭비 요소를 잡아내기 위해 동료 의원들은 물론 담당 공무원과 시민, 전문가 등과 치밀하게 논쟁하고 공부했다. 절감에 성공한 예산 추정액만 800억 원에 달한다.

유 의장은 "경전철 관련해 담당 국장에게 1~20번까지 단계적으로 질문했다. 기업과의 불균형 협약 문제 등을 지적하며 집요하게 묻고, 또 물었다"며 "퇴직한 국장이 질문에 괴로웠지만, 답변 준비하면서 문제를 알게 됐다고 하더라. 이런 과정을 거쳐 운영사 선정을 공개입찰로 바꿔 7년간 예산을 350억 원 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전철 운영사 회계정보를 분석하면서 혈세 투입에 비해 이익이 너무 많다고도 지적했다"며 "쓸데없는 지원금을 없애고 재정운용 재구조화를 촉구해 450억 원을 더 절감했다"고 자부했다.

유진선 의장. 용인특례시의회 제공


다음은 조례다. 유 의장은 곳곳에 도사린 현안을 풀 해답을 조례에서 찾았다. 용인지역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기리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문제 해결과 범죄 피해자 지원에 이르기까지, 조례는 지역 구석구석을 바꾸는 열쇠였다.

유 의장은 "지역에 독립운동가가 많은데도 기념관조차 없어 '용인시 항일독립운동 기념사업 지원조례'를 만들었다"며 "토론과 연구를 거쳐 학교밖 청소년이나 범죄 피해자를 지원할 제도적 틀을 만든 것도 큰 보람이었다"고 조례 제정 성과를 되짚었다.

해외연수도 의정 성과를 내기 위한 연구의 한 과정이었다. 유 의장은 "시민세금을 무겁게 써야한다는 생각으로 의원들 모시고 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연구하러 중국 출장길에 올랐었다"며 "독립운동, 도시재생, 마을운동 등에 초점을 두고 동선을 정했다"고 했다.

"지방의회 자정 기능·역량 강화…2년 뒤 내려놓기"

 
의장으로서의 핵심 포부는 자정 기능과 자질을 갖춘 지방의회 만들기다. 지방자치단체처럼 지방의회에도 자체 감사기구를 둬 징계 수위를 결정하도록 관련법을 보완하는가 하면, 의회 내 분야별 연구단체의 내실을 다지고 전문 연수 프로그램도 다각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의장이 된 만큼 시의회의 격을 업그레이드 하는 역할에 비중을 둬야 할 것 같다"며 "관련법을 개정하기 위해 9월 시의회 임시회에서 촉구결의안을 처리하고, 추후 국회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을 찾아다니면서 결과를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용인특례시의회 의장단이 을지연습 관련 유관기관을 방문한 모습. 용인특례시의회 제공


'공부하는 의회' 만들기와 관련해서는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의원연구단체를 확대하고, 교육
시스템을 고도화해 의원들의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힘을 줬다.

이 외에 용인지역의 오랜 숙제로는 난개발 문제를 가리켰다. 이른바 '난개발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의장은 "수지, 기흥 등을 중심으로 난개발이 이뤄졌고, 처인에서는 도농복합개발 수요가 있었는데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며 "초기 단계부터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 연구하고,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역구에 관해서는 도시재생 활성화와 중학교(하갈동) 신설 등을 현안으로 짚으면서, 인구 급증에 따른 동 분리(신설)가 전제돼야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남은 임기는 2년. 그 이후에 대해 유 의장은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여정에 대한 회고록(책)을 남기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인으로서 '다음'은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연신 손사래를 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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