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능욕’ 행태는 2016년부터 포착…여성을 동등하게 보지 않는 문화가 문제의 핵심”
“가해용어로서의 ‘지인능욕’ 행태는 2016년 소라넷 사이트, 2017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한 종류인 텀블러, 2018년 트위터(현 엑스·X), 2019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서 포착돼오던 문제다. 그리고 2024년에도 우리는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을 공간으로 한,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공지능(AI)로 손쉽게 합성되는 ‘딥페이크’ 기술을 매개로 한 ‘지인능욕’이라는 젠더폭력의 실태를 보고 있다.”
단체들은 최근 텔레그램에서 이뤄진 ‘지인능욕’의 가해 행태가 “전혀 새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성을 대상화하고 놀잇감으로 여기는 남성문화의 공모자들이 소라넷 이용자 100만명, 텔레그램 성착취 방 참가자 26만명, 텔레그램 딥페이크 채널 가입자 22만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같은 행태가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 합성, 편집, 가공하고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여성혐오에 기반을 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친구-동료-가족-시민의 자리에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위치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 폭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마치 ‘새로운’ 대책처럼 제시하고 있는 것들은 기실 기존 대책의 반복이며, 으레 했었어야 하는 내용들 뿐”이라면서 “작금의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 불안에 떠는 여성들에게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대를 얼마나 찾아볼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2017년 디지털성범죄피해방지정부종합대책, 2019년 웹하드카르텔 방지 대책, 2020년 n번방 방지법이 나왔지만, 또 이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표명하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걸고, 2023년에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방지를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대통령이 2024년 8월27일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은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디지털성범죄를 뿌리 뽑아달라’고 역설했다”며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적 성차별이고 해결은 성평등이다. 윤 정부 정책 기조의 전면수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모든 과정에서 국가는 젠더를 삭제하지 말고 현실 상황과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에 기반한 실제적인 대응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기관별로 수행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컨트롤타워로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방지에 관련된 예산을 복원하고 피해지원, 성평등교육, 정책실행 등의 역할을 진지하게 이행 △경찰은 디지털성폭력의 특성과 심각성 고려하여 수사를 강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심위는 여성혐오를 양산, 방조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규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윤석열 정권의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 계획’을 젠더 관점으로 정립 △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을 복원하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 △서울특별시는 성평등 도서 폐기를 철회 △국회는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에 대한 대책을 만들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명시했다.
단체들은 “이 당연하고 자명한 일들이 이루어져야 국가는 디지털성폭력 해결에 한 발짝이라도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남성문화에 대항하는, 여성혐오 근절을 위한 행동이 전사회적으로 일어날 때”라고 촉구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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