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조금은 특별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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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지닌 염색체가 그려진 검사표다.
이 책은 다운증후군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에세이다.
하지만 닷새 뒤 아이 중 한 명이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으면서 저자의 삶은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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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운증후군이에요.”
갑자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면 어떨까. 현실을 외면하고 평생 잠을 자는 건 어떨까. 아이를 바라봤다. 솜털처럼 난 갈색 머리카락에 호수처럼 깊고 짙은 파란 눈을 지닌 아이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했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속삭였다. “안녕.”
이 책은 다운증후군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에세이다. 저자는 36세에 두 번째 임신을 했다. 쌍둥이였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초음파 검사에서 건강하고, 혈당 수치도 좋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예정일보다 7주 빨리 태어났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닷새 뒤 아이 중 한 명이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으면서 저자의 삶은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젖을 빠는 데 힘들어한다. 혼자 앉고, 기어 다닐 수 있게 되는 기간도 더 걸린다. 더 힘든 건 사회의 시선이었다.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란 사실을 전할 때마다 가족, 친구, 이웃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이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가정에 입양시키라고 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아이가 다운증후군인 것을 알아채진 않았는지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자는 깨달아간다. 다른 이들이 ‘같은’ 아이로 바라봐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른’ 아이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 시선에 휩쓸려 아이를 사랑하기보단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지 말이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고통보다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깨달은 바를 솔직한 문체로 적어 내려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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