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빅컷 가능성…적정 코스피는 3257선, 17% 저평가”

2024. 8. 3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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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둠’ 김영익의 반전
제롬 파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릴지, 미국의 금리 인하가 한국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쏠리고 있다.

우선 금리 인하 시기는 9월로 예상되는데, 인하 폭이 가파를 수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에 대해 앞으로 발표될 경제 데이터와 전망 그리고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고려하면서 결정할 것이라 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 안정과 고용 최대화에 있는 만큼 두 가지 데이터가 중요하다. 우선 물가는 안정되고 있다. 2022년에 7.1%였던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전년 같은 달 대비)이 올해 6월에는 2.5%로 낮아졌다. 금리 인상의 시차 효과로 소비 등 수요가 위축되면서 9월 이후 물가상승률은 2%대 초반까지 더 낮아질 전망이다.

‘테일러 준칙’ 따른 미 3분기 적정금리 4.2%
문제는 고용이다. 고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소비인데, 소비 증가세는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는 가계 저축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가계 저축률은 3.6%로, 2000~2019년 상반기 평균치 5.2%보다 훨씬 낮았다.

실질소득도 소비 증가를 제한하는 요인인데, 지난해 4월 이후 1인당 실질소득은 5만 달러 초반대에서 정체하고 있다. 특히 중위 가구의 실질소득은 2019년 7만8250달러에서 2022년에는 7만4580달러로 4.7%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은 늘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5%(2010~23년 평균 1.9%)에서 올해 6월에는 2.5%까지 늘었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소비가 줄면 기업 매출과 이익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 경영자들은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고용이 코로나19 때처럼 급격히 줄지는 않겠지만, 고용이 줄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또다시 가계의 소비를 줄이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8월에도 고용 둔화가 지속한다면 연준은 9월 17~18일에 개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내릴까. 필자가 ‘테일러 준칙’에 따라 적정금리를 추정해보면 2024년 3분기 4.2%로, 현재 연준이 유지하고 있는 5.25~5.50%보다 훨씬 낮다. 9월 FOMC에서 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11~12월 FOMC에서도 추가로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이 같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미국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즉, 현재 상황이 침체로 접어든 만큼 금리 인하 폭이 커질 것이고, 이 덕에 침체에 빠지더라도 골은 깊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우리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거 실업률이 올라가는 시기에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 달러인덱스도 떨어졌다. 2008년 1월~2024년 7월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실업률과 달러인덱스의 상관계수는 -0.68로 나타났다. 실업률과 S&P500의 상관계수도 -0.63으로 나왔다. 실업률이 상승할 때 달러인덱스나 주가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원화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달러인덱스다. 미국의 실업률 증가와 함께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면 원화 가치는 상승할 수 있다. 7월 1390원까지 하락했던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최근 1330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연준이 9월 빅컷을 단행하면 원화 가치는 1250원 정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원화 가치 상승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생산자·소비자 물가 안정을 불러올 것이다. 환율과 물가가 안정되면 한국은행도 10월부터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금리 하락은 시차를 두고 소비 등 내수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수출이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는 만큼, 내수가 살아나면 경제 회복 속도는 좀 더 빨라질 수 있다.

주가, 장기적으로 명목 GDP 따라 상승
주가는 장기적으로 명목 GDP를 따라 상승한다. 2001~23년 명목 GDP가 연평균 5.7%였고 이 기간 코스피는 6.9% 상승했다. 올해 명목 GDP는 5.5%(실질 GDP 2.5%+GDP 디플레이터 3.0%)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적정 코스피는 3257선이 된다. 최근 코스피가 2700 안팎에서 변동하고 있는데, 적정 수준에 비해 17% 정도 저평가된 상태라는 얘기다.

주가는 시간이 가면 제자리로 간다. 최근 2년 우리 주가의 상대적 부진으로 많은 투자자가 미국 증시로 갔다. 미국보다는 한국 증시 투자 비중을 늘릴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01년 9·11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품 붕괴를 예고해 ‘한국의 닥터둠’으로 불린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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