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에 무인·자동화 점포 급증…주휴수당 줄이려 쪼개기 근무도 [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

황건강 2024. 8. 3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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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서빙 로봇이 설치돼 있는 서울시내의 한 무인카페. [연합뉴스]
425만3000명. 올해 상반기 말 현재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자영업자’ 수다.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부담에 2018년 이후 직원 없이 홀로 일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무인카페에서 매장을 정리하던 김명훈(41)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직원 세 명의 ‘고용주’였던 김씨는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견디다 못해 결국 무인카페로 전환했다. 김씨는 “장사가 잘 안될 때는 급전을 빌려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했다”며 “혼자 매장을 챙기는 게 쉽진 않지만 직원 월급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게 무엇보다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무인화·자동화가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커피를 내리는 것뿐 아니라 로봇이 김밥을 말고 치킨을 튀기며 음식을 싣고 매장 안을 활보하기도 한다. 자동화 기기가 드물던 과거와 달리 이젠 몇 달 치 직원 인건비 수준이면 기계를 들여놓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이 같은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 키오스크를 통해 손님 스스로 주문과 계산을 하는 건 이미 일상이 됐다. 그러는 사이 이들 자영업소의 종사자는 급격히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 중 판매업 종사자는 262만1000명으로 10년 새 40만 명이나 줄었다.

이렇게 고용을 줄여도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팍팍하기만 하다. 실제로 ‘나 홀로 자영업자’는 지난 1년 새 13만5000명이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자를 둔 자영업자는 3만4000명 늘었다. 장사가 잘돼 직원을 두는 사업자보다 홀로 고군분투하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훨씬 더 많은 셈이다. 창업을 준비 중이라는 직장인 한상민(48)씨는 “경기가 안 좋다는 얘기를 자주 듣다 보니 창업을 준비하면서도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먼저 걱정하게 된다”며 “폐업하더라도 직원들 퇴직금 등 부담이 적다는 점도 나 홀로 자영업에 끌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자동화 기기에 의존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경향 속에서 전에 없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하다 보니 직원 근무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볼지, 휴게 시간으로 볼지를 둘러싸고 고용자와 고용주 사이에 동상이몽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주간 직원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일 경우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지법은 지난 11일 파트타임 종업원의 근무시간 일부를 휴게 시간으로 처리하고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PC방 업주에게 벌금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최근엔 고용 시간을 잘게 쪼개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사람의 손을 대체할 자동화 기기가 다양해지다 보니 이른바 ‘쪼개기 근무’도 한층 수월해지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180만3000명으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창업컨설팅 관계자는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생기면 하루 치 인건비가 더 드는 만큼 쪼개기 근무를 통해 어떻게든 인건비를 아끼려는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이 현재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이라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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