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찬조연설자로 40대 대거 등장, 세대교체 힘 실렸다
[김동석의 미 대선 워치] 민주당 전당대회 참관기
미시간주 팔레스타인계 표심 위협적
이처럼 개혁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는 어느덧 민주당의 중심을 차지하게 됐고, 이들도 점점 권력에 안주하게 됐다. 1960년대 민권운동, 1970년대 반전운동과 여성운동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은 점점 경제적으로 부유해졌고 막강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세대교체를 꺼렸다. 실제 빌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 낸시 펠로시, 찰스 슈머, 짐 클라이번,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의 노인 지도부는 여전히 건재하며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이후 민주당은 젊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노쇠해졌다. 2016년 오바마가 55세로 대통령을 퇴임했을 때 민주당 대선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좀 더 젊은 인물이었으면 민주당의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현재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20년이나 젊다고 하지만 그의 나이도 60세나 된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미시간주에 몰려있는 팔레스타인계 표심이 해리스에게 여전히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19명을 보유한 미시간주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1만5000표 차로 승리했고, 2016년엔 트럼프가 1만700표 차로 이긴 곳이다. 그만큼 박빙 지역이다.
“일희일비 말라” 클린턴 조언 기억해야
이번 대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는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 여부다. 그러나 정작 해리스 측은 여성을 강조하는 선거전략을 피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찬조연설에서 “저 유리천장 반대편에는 해리스가 손을 들고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리스는 이에 호응하는 대신 자신의 어머니가 말한 “무엇이든 되고 무엇이든 하라”는 가르침을 소개했다. 또 “정당, 인종, 성별 또는 할머니가 사용하는 언어에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을 대신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여성보다는 보편적 미국인들을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의도다.
이에 힘입어 해리스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지지율이 줄곧 밀렸던 바이든과 달리 일부 경합주에서 앞서는 등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상황이지만 전당대회 셋째 날 찬조 연설자로 나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조언은 기억할 만하다. 그는 “변덕스러운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마라”면서 “지금의 기세가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여론조사에서의 압도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서 패배한 것을 상기시켰다. 또 트럼프를 이기려면 그의 ‘허황된 날조(fabrications)’가 아닌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초점을 맞추라고 충고했다.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는 날조보다 나르시시즘이 훨씬 공략하기 쉽다는 의미다.
이번 전당대회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해리스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이었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 해리스가 명료하게 보여준 것은 자신감과 원칙이었다. 해리스는 국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다양성(diversity), 평등(equality), 포용(inclusion)을 어우르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그가 연설에서 자신의 삶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낸 것도, 그 자체가 미국인들의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해리스 선거캠프의 총 책임자인 오말리 딜론은 “유권자들이 해리스가 부통령인 것은 알아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어떤 지도자가 될지는 잘 모른다. 후보 수락 연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리스를 숨겨진 인물에서 영웅으로 변신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선거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나 해리스에겐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해리스는 미국을 파괴할 공산주의자”라고 맹비난을 하고 있는 트럼프의 선거전략도 만만찮다. 딜론의 말처럼 해리스가 영웅적인 지도자로 변신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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