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린다는데…저축은행 4% 예금, 12% 적금 역주행 경쟁

배현정 2024. 8. 3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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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를 앞두고 저축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한동안 움츠렸던 저축은행들이 공격적 마케팅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문제는 연체율은 치솟고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는 때 벌어지는 이례적 금리 경쟁이다. ‘폭풍전야’ 저축은행의 무리한 금리 경쟁이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19일 정기예금 및 회전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가입 시 최고 금리는 연 3.9%(취약계층은 4.1%)로 올라갔다. HB저축은행은 정기예금(6개월 회전) 금리를 지난달 3.6%에서 현재 최고 4%로 인상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정기예금 금리를 연 3.91%로 0.05%포인트 올렸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고금리 적금도 나왔다. 애큐온저축은행은 12일 최고 연 12%의 ‘나날이 적금’을 선보였다. 웰컴저축은행은 최고 연 10%의 ‘웰컴디지로카 100일 적금’을 내놨다. 저축은행이 금리 경쟁에 돌입한 것은 쪼그라든 수신고를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간 업계는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부실 덜기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저축은행 금리가 낮아지자 자금이 대거 이탈했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00조886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1월(98조6843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대출 영업을 위해서는 수신잔액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적 상승을 통한 인수합병(M&A) 대비로도 해석된다. 저축은행업계에선 OSB·한화·HB·조은·애큐온저축은행 등 M&A 대상으로 거론되는 매물들이 쌓이고 있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후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는 점도 다시 불붙은 금리 경쟁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목할 점은 추가 부실 가능성이다. 과거 저축은행은 1금융권과 수신경쟁을 하다 ‘역마진’을 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 그 자금을 더 위험한 곳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야 하니 부실이 커질 수 있다”며 “금리에만 의존하지 말고 디지털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3800억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출 연체율은 2021년 2.5%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8.36%까지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권고 기준인 8%를 넘어선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에스앤티(32.48%)·상상인(24.27%)·대아상호(24.27%) 등은 1분기 20%를 상회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1인당 원리금을 합해 보호받을 수 있는 5000만원까지 예치하는 게 안전하며, 해당 은행의 건전성 지표(BIS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연체율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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