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도 중국에 뒤졌다, 벼랑끝 K디스플레이

2024. 8. 3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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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 코리아 2024’ 행사에 소개된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 [연합뉴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하 ‘K디스플레이’)의 위기가 심상찮다. 최근 시장 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9%로, 사상 처음 중국(49.7%)에 역전당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1분기(한국 62.3%, 중국 36.6%)에 비해 중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K디스플레이 침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만 해도 글로벌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이 42.6%로 중국(25%)에 크게 앞섰다. 하지만 2020년 호각세(한국 36.8%, 중국 36.7%)를 마지막으로 중국에 역전당해 지난해는 한국 33.4%, 중국 47.9%로 중국에 완전히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그런데도 “중국의 저가 공세 때문일 뿐, 기술 주도권은 아직 한국에 있다”고 위안 삼을 수 있었던 것은 OLED 같은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에선 점유율 우위를 유지한 덕분이었다. 그 OLED마저 이제는 중국에 왕좌를 완전히 뺏길까봐 우려되는 수준에 돌입한 것이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몇 가지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K디스플레이 타도를 목표로 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보조금 투자다. 중국 1위 패널 업체인 BOE는 지난해에만 중국 정부로부터 38억 위안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BOE가 기록한 순이익(25억 위안)의 1.5배 규모다. BOE는 이렇게 비축한 재정 여력을 차세대 OLED 생산설비 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BOE가 중국 청두에 건설을 추진 중인 8.6세대 OLED 생산라인 투자금은 630억 위안(약 12조원)으로 삼성디스플레이 투자금의 3배 규모에 달한다. 이와 달리 한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세제 혜택 수준의 한정적인 지원만을 받고 있다.

중국의 전자 업체들은 이같이 육성된 자국산 디스플레이 소비를 늘리면서 전폭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OLED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50.7%로 한국(49.3%)을 처음 제쳤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중국은 10.1%포인트 성장한 반면 한국은 10.1%포인트 하락했다. 화웨이를 비롯해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자국산 OLED를 장착한 신제품 출시에 나서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김규섭 IBK경제연구소장은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해오던 중간재를 자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면서 K디스플레이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층 심각해진 한국의 기술 유출도 중국 OLED의 급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중국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보유한 대형 OLED 양산 기술이 중국 업체에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 이 회사의 전(前) 직원들이 국내에서 구속기소 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유출 송치 건수는 2019년 1건에서 2022년 7건, 지난해 12건으로 급증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국 기업들이 내부 인센티브 제공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한국 기업들의 경영 실패를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론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려면 생산단가 절감이 시급하다. 업계 안팎에선 현재 6세대로 양산되는 정보기술(IT)용 OLED가 8.6세대로 넘어가야 본격적인 원가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 초에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고, 심지어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여기에 제대로 된 투자도 못 나선 상황이다. 2년간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이 가중된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영업이익 2조2306억원을 마지막으로 2022년(-2조850억원)과 지난해(-2조5102억원)에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IT용 OLED보다는 TV용 OLED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대형 OLED보다 중소형 OLED 시장 확대가 더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부침을 겪다가 철수하고, TV 등 가전 사업에 집중하는 등 제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LG디스플레이) 경영진의 판단 미스가 아쉽다”고 진단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OLED 중심의 사업 구조로 재편하면서 올해 현재까지 인력 재배치를 통한 비용 효율화를 도모 중이다.

기업들은 차세대 OLED 연구·개발로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올해는 IT용 OLED 시장 (개척의) 원년”이라며 “휘도와 효율이 대폭 향상된 ‘화이트 OLED’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온-디바이스(On-Device) 인공지능(AI)에 최적화한 저소비전력 기술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창희 부사장이 “발열을 줄일 수 있는 신소재나 픽셀 제어 알고리즘 등 저소비전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한국이 정부 차원의 K디스플레이 지원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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