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폭력, 마약, 강간, 살인… 범죄자도 억대 후원금 받는 유튜브
도덕 불감증, 이대로 괜찮은가
“수많은 유튜버 중에 전과자들이 꽤 있는데 왜 나만 안 된다는 거냐고....” 혼성 그룹 ‘룰라’ 출신 고영욱은 최근 야심차게(?) 시작한 유튜브 채널을 삭제당하자 참으로 억울했던 모양이다. 그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살다 나왔고 얼마 전까지 전자 발찌도 차고 있었다.
그런 그가 밝힌 유튜브 개설 이유는 이랬다. “형편없이 늙고 있는 거 같아서” “무기력해서”.... 과거의 죄에 대해선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고만 용서를 구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심심해서 할 것도 없는데 그동안 쌓아온 유명세(?)로 돈이나 좀 벌어볼까’다. 이게 통했을까. 그가 올린 첫 영상은 조회수 30만회를 넘었고 구독자는 6000명 가까이 늘었다. 몇 년 전 인스타그램도 삭제당했는데 속으로 ‘아직 내가 살아 있군’이라며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그의 속내를 알았는지 유튜브는 곧바로 채널을 영구 폐쇄했다. 그를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는 크리에이터’로 규정했다. 고영욱은 분하고 또 분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형평성에 맞느냐?”
고영욱의 항변이 어처구니없게 들리나 이 말은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실제 유튜브에서 전과자였거나 전과자의 길로 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기 때문이다. 한국 국적 무슬림 유튜버인 ‘다우드킴’은 지난 4월 이슬람 사원 건립 계획을 밝혔다가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논란이 됐다. 외국인 여성을 강간하려다 조사를 받았고 합의했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는 “열심히 알라에게 회개했다”는 말과 함께 이후로도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550만명이던 구독자는 6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엔 30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김강패가 마약을 투약하고 판매한 혐의로 구속됐다. 여기엔 유튜버, BJ 등 여러 명이 연루돼 있다고. 인터넷에선 “예상된 일이라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왜? 이미 전적이 화려한 탓. 본인 주장에 따르면 그는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4번이나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고등학생 때는 쇠파이프로 선배를 때려 퇴학당해 소년원에 갔다. 조직에 들어가선 흉기로 패싸움을 해 복역했고 2021년 출소했다.
이후 그가 착하게 살려고 선택한 건 인터넷 방송이었다. 영상에서 그는 문신을 한 몸을 드러낸 채 쌍욕, 막말을 하는 걸 그대로 보여줬다. 수위 높은 섹드립이나 패드립도 거침없이 하는 편. 이 영상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볼 수 있었는데, 조회수 100만이 넘어가는 것이 상당수.
자신을 조폭 출신으로 소개하는 유튜버는 한둘이 아니다. 감옥에서 나와 마약 투약했던 얘기, 두목끼리 회동하는 얘기, 경찰·검찰을 비하하는 얘기를 비속어 써가며 여과 없이 방송하고 있다. 한 조폭 출신은 ‘저도 조폭이 될 수 있을까요’란 학생의 댓글에 ”싸움을 잘하거나 배신을 잘하거나 돈이 많아야 한다”는 어이없는 조언을 하기도. 또 자기들끼리 패싸움을 하거나 행인에게 시비를 거는 등의 허세가 담긴 선정적 영상을 찍어내 왔다. 그러다가 올해 초 부산에선 자칭 조폭 출신 유튜버 간 싸움이 벌어져 생중계 도중 한 명이 살해당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목적은 ‘돈’이다.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 구독자만 늘리면 돈이 되니까. 조폭 유튜버는 연간 수퍼챗 후원금으로만 수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렇다 보니 유튜브 세계에 도덕 불감증이 팽배하다. 한 여성이 지난 6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올린 ‘36주 태아 낙태 브이로그’가 대표적 예. 총 수술 비용 900만원을 인증까지 해가며 수술 과정을 상세히 밝혔는데 네티즌들은 “역겨워서 토했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 영상은 수십 만 조회수를 기록, 논란이 된 뒤에도 이 여성은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요리, 먹방 영상을 올리는 기이한 행태까지 보였다. “자신이 살인한 걸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돈에 미쳐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 먹방 유튜버 쯔양 사건으로 구속된 유튜버들 역시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더니 돈을 쫓다가 결국 구속됐다. 100만 유튜버 유정호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100억원대 사기를 치려다 징역형을 받았다. 유튜브가 돈이 되면 뭐든 하는 무법 지대가 된 것. 무지성으로 돈을 마구 퍼주고 그들의 유명세를 키워주는 사람도 문제지만 이를 방관하는 유튜브도 가만히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영향력에 비해 유튜브는 방송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 일반 소비자들도 느낄 정도로 제재가 약하다”며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일종의 현명한 공적 제재도 굉장히 세부적으로 있어야 된다”고 했다. 한 유튜버도 이를 작심 비판했다. “여기는 동물의 왕국. 감방 다녀오고 마약 해도 방송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자라는 아이들이 이걸 보고 뭘 배우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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