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國의 노동자를 공동체로 묶은 ‘빵과 장미’

백수진 기자 2024. 8. 3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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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브루스 왓슨 지음 | 홍기빈 옮김 | 빵과장미 | 544쪽 | 2만9500원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엔 노동자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뜻하는 빵과 장미를 나눠준다. “우리는 빵을 얻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우리는 장미도 얻기 위해 싸운다”고 노래한 제임스 오펜하임의 시에서 유래했다. 이 책은 ‘빵과 장미의 파업’이라 불리는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런스시 파업에 대한 기록이다. 한 여성 노동자가 빵과 장미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하여 붙은 별칭이다.

섬유 노동자 2만여 명이 참여한 파업은 임금 32센트 삭감에서 시작됐다. 군중은 임금 보전을 요구하며 공장의 벨트를 난도질하고, 베틀을 때려 부쉈다. 저자는 이들이 고작 32센트에 목숨을 건 이유를 “어선의 정어리처럼 사람을 꽉꽉 채워 놓은 빈민가”에서 찾는다. 기계에 끼어 불구가 되거나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고, 파업이 일어나기 1년 전 아기 500여 명이 숨을 거뒀다. 저자는 거대한 시위의 물결과 그 속의 개인사를 넘나들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낸다.

이 파업이 미국 역사에 길이 남게 된 것은 전 세계 51국에서 온 이민자들을 하나로 모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음식을 나누고, 누군가 연설을 하면 서로 통역을 해줬다. 한 주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예순두 개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였어요. 우리 역사를 캡슐 하나에 집어넣는다면 그게 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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