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이 기본값인 사회… 그래도 난 누워있을래
이 시는 누워있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임지은 시집 | 184쪽 | 민음사 | 1만2000원
임지은의 세 번째 시집 ‘이 시는 누워 있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는 제목처럼 우리를 당황시키는 엉뚱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장면을 능수능란하게 연출해 낸다. 마치 ‘멍 때리기’를 하듯,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시인은 스스로를 일컬어 눕기의 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뭐든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가만히 있기엔 누워 있는 것이 제격이니까/ 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거다// 왜? 누워 있으려고.’(‘눕기의 왕’)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려고 애쓰는 시인의 태도는 조금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역량을 발휘해야만 하는, ‘열심이 기본값’인 사회에 순응한 사람이라면 더울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임지은은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반문한다.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야?’(‘기본값’)
이처럼 임지은의 시는 인간을 끊임없이 소진하는 능력주의의 세계에서라면 무능력이야말로, 무언가를 중단하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갖춰야 할 새로운 현대적 역량이라는 아이러니를 매력적으로 통찰하는 중이다. ‘경험의 유무가 새로움의 기준이라면/ 경험이 없으면 없을수록 우리는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새로움과 거리에 관한 하나의 견해’) 경험에 환원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에 종속되지 않으며, 정체성에 속박당하지 않는 세계.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우리를 이끌어내는 것. ‘빈칸이 많고 헐거운 당신이 시작되었다.’(‘팀워크’) 임지은의 누워 있는 인간은 그 누구도 점거할 수 없는 시적 자유의 공간을 탐색하는 가장 급진적인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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