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은 ‘블록버스터급’으로 경제가 좋다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서 수출, 성장률 등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우리나라 수출 증가를 ‘블록버스터급’이라고 한 외신 표현도 인용했다. IMF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는데 이것이 미국 2.6%에 이어 주요 선진국 중 둘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통계청이 7월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0.4% 감소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6% 줄면서 1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 때문에 도소매업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말이 하루 만에 무색하게 된 것이다.
작년의 심각한 반도체 침체를 벗어나면서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반도체나 일부 수출 대기업의 호황을 빼고 나면 한국 경제는 더딘 구조 조정, 장기화되는 내수 부진 때문에 여전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에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보다도 낮은 1%대 성장을 했다가 올해 겨우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로 회복됐다. 이마저 길어지는 내수 부진 때문에 국내외 경제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다시 낮추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 소득이 올라가고 수도권에 기업과 인력의 집중이 점점 강해져서 수요 압박에 의해 집값이 오르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마치 정부가 집값 안정을 포기한 것처럼 언급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집값 불안 문제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겠다며 저금리 대출을 풀어서 집을 사도록 독려하는 정책을 폈다. 그러자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서울의 집값이 22주 연속 상승했다. 불안해진 젊은 세대들이 다시 ‘패닉 바잉’에 나서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서울 집값이 치솟는데 국토부 장관은 이를 “국지적 현상”이라고 안이하게 대처했다. 그러다 상황이 심각해지니 그린벨트까지 풀겠다는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별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집값 불안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어정쩡하게 금리 동결을 이어가는 바람에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대통령의 경제 발언은 이런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판단하고 정책 대응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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