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삶’ 좇은 미 건국의 아버지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벤자민 프랭클린은 우리에게 100달러 지폐 속 초상이나, 피뢰침의 발명가로 알려져있다. 미국사에 관심이 있다면 건국의 아버지라는 호칭 정도가 추가될 것이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굉장히 다채로운 인물이었다. 출판업자, 외교관, 기상학자, 여행가였다. 피뢰침 말고도 이중 초점 안경, 기부금 매칭, 사다리겸용 의자를 창안했다.
전작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로 삶의 지혜를 모색했던 지은이가 이번에 프랭클린을 택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번 책은 변변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이가 어떻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과 사회를 개선해 나가며 가능성에 투신하는 “쓸모 있는 삶”을 살았는지 탐구한다. 이를 위해 그의 삶의 한 단면과 현재의 지은이 자신을 오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분노를 다루는 방법’에 관한 장에서는, 프랭클린이 정적들에게 분노를 담은 편지를 쓰고서도 24시간을 기다렸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는 화가 가라앉고 나면 편지를 부치지 않거나, 아니면 더 부드럽게 고쳐서 편지를 보냈다. 이 덕분에 인맥을 넓힐 수 있었다. 이런 얘기를 들려주며 지은이는 덧붙인다. “분노에 사로잡힌 이들을 굳이 꺾을 필요는 없다. 그들은 알아서 꺾인다.” 이 책은 결코 현학적이지 않고, 실질적인 지혜를 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프랭클린처럼.
지은이는 한국 독자들을 위해 쓴 서문에서도 “한국어에서 철학은 ‘지혜 연구’ 또는 ‘지혜로워지는 방법’을 뜻한다. 프랭클린을 사로잡은 건 바로 이 ‘방법’”이라고 이 책의 성격을 집약한다.
그렇다고 지혜서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 하나로 벌써 훌륭한 여행기다. 대단한 여행가였던 프랭클린처럼 지은이 스스로 미국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를 오간 견문을 담고 있다.
프랭클린이 영국에서 머물렀던 시골집을 들르기 위해 현재 집주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대담함은 어지간한 프랭클린광이 아니면 힘든 일이리라. 다행스럽게도 21세기의 집주인 가족은 기꺼이 지은이를 맞고, 그는 저택의 자갈길을 따라 올라가며 집안 구석구석에 담긴 프랭클린의 자취를 따라간다. 위인이 머물던 집에서 자고, 먹으며 일상을 보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영국인 가정의 여덟 살짜리 아들이 현명한 답을 내놓는다. “과거에 뭐가 있었고 누가 살았는지를 생각하면 큰 힘이 돼요.”
물론 “생선과 손님은 3일이 지나면 냄새를 풍긴다”는 프랭클린의 말을 따라 지은이는 환대 속에서도 미련 없이 떠나는 법을 잊지 않는다. 이방인을 반가이 맞아들인 영국인 가족들에서 느끼는 따뜻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서 말이다. 원제 Ben & Me: In Search of a Founder’s Formula for a Long and Useful Life.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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