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잉글리시] 어색한 영어 안내문

짐 불리(Jim Bulley) 2024. 8. 3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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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필자는 서울 영등포에서 부산으로 가는 ITX 열차를 타고 이 칼럼을 쓰고 있다. 한국은 기차나 버스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이 편리하다. 영국도 대중교통이 꽤 발달한 나라다. 그러나 영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수년 간의 비효율적인 민영화로 인해 기차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지고, 열차가 자주 지연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대중교통은 거의 정시에 운행되고 운임도 합리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 철도 차량이나 역사 등에서 볼 수 있는 영문 서비스가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 내 좌석에서도 잘못된 영어 문구 두 개를 볼 수 있다. ‘창문의 블라인드 손잡이를 아래로 끌어내리면 햇빛을 가릴 수 있습니다’라는 한국어 옆에는 ‘Pull the blind to shade off the sun’이라는 문구가 있다. 또 ‘난방열주의’ 옆에는 ‘Caution for heating’이라고 쓰여있다. 안타깝게도 두 영어 문장 모두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Pull the blind to shade off the sun’은 문법적으로 틀렸을 뿐만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쓰였다. 우선 ‘shade off’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대신 ‘Lower blind to block sun’ 정도가 올바른 표현이 되겠다. 사실 전체 문장으로 봐서는 ‘Lower blind if required’가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 이유는 개별 승객의 필요에 따라 블라인드를 내리면 되기 때문이다.

‘Caution for heating’도 말이 되지 않는다. 훨씬 더 간결한 ‘Caution, hot’ 혹은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경우 ‘Caution, heating system may be hot while in use (주의, 난방 시스템이 사용 중 뜨거울 수 있습니다)’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한국처럼 영어 교육 수준이 높고 영어 원어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이런 실수를 발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검증되지 않은 번역 서비스에 의존하거나 직원들이 영어 실력을 자신하고 원어민 감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비영어권 국가의 영어 안내 표지가 완벽하지 않다고 크게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편리한 한국 여행이 목적이라면 올바른 안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보통 영미권 국가에서 쓰이는 안내문은 빠르게 효과적으로 요점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짧은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또, 대부분 표현은 반복적인 운율이나 기억에 남는 문구를 쓴다. 영국 기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찰 신고를 안내하는 문구는 “See it. Say it. Sorted(보면 신고하세요. (당국이) 해결하겠습니다)”이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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